재계 "경영권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 해석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전량 넘기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조 사장의 누나인 조희원 씨가 공식적으로 중립 입장을 표했다.
'형제 경영에 변함없다'는 그룹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누나의 의지지만 그럼에도 재계 일각에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서울=뉴스핌] 왼쪽부터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김기락 기자 = 2020.06.30 peoplekim@newspim.com |
1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따르면 조희원 씨는 "본인은 어느 한쪽편이 아니다. 중립 입장"이라는 입장을 그룹에 전달했다.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쪽 중립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 사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과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맡아왔고, 조 부회장인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으로 '형제 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조 사장이 지난 26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조 회장의 지분(23.59%)을 전량 인수하며 그룹 최대 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의 지분은 당초 19.31%로 형인 조 부회장(19.32%)과 거의 같았지만 42.9%로 늘어났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 일가 지분은 장녀 조희경 씨 지분 0.83%, 조희원 10.82% 등을 포함해 총 73.92%다. 국민연금 7.74%와 소액주주 등이 약 25%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조 부회장이 조희원 씨 등과 손잡고 지분 인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조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19.32%)에 조희원 씨(10.92%)와 조희경 씨(0.83%), 국민연금(7.74%) 등을 확보할 경우 38.71%까지 늘릴 수 있으나 그래도 조 사장(42.9%) 지분에는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조희원 씨가 중립 입장을 보일 경우 사실상 조 사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을 쥐는 것은 확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형제 경영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조 부회장이 누나들과 연대해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지분 확보 가능성까지 염두해 조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 조현범 사장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조희원 씨의 중립 입장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 같다"라고 해석했다.
조 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2018년부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맡아오다가, 지난달 23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조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해온 이수일 사장의 단독 경영 체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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