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코로나19(COVID-19) 쇼크 대책 덕분에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사상 최대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의 각종 지원책에 힘입어 기업들의 회사채 등 자금조달 물량이 폭증하자 대형 투자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 약 570억달러(약68조원)이라는 사상최대 규모의 수수료 수입 기록을 세웠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가 투자은행들의 수수료 수입 규모가 전년동기비 9% 증가하며 사상최대 수준인 570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는 채권 발행 수수료가 30%, 주식발행 수수료가 37%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난 2018년에 기록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549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사상 최대수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코로나19 쇼크가 큰 자동차 업체 포드, 크루즈 선사 카니발, 봉쇄령에 따른 항공기 운항 중단 등으로 궁지에 몰린 보잉 등이 비상 자금조달에 나섰고 특히 미 연준이 3월 회사채 매입 방침을 밝히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급증했고, 덕분에 투자은행들도 수수료로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방침 덕에 올들어 전세계 기업, 국가, 기구들이 채권·주식 발행 또는 대출로 조달한 자금은 모두 7조8000억달러(약9400조원)가 넘는다.
투자은행들의 주 수수료 수입원인 기업 인수합병(MA&)이 타격을 받았지만 채권과 주식 발행이 봇물을 이루면서 수수료 수입 신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모간스탠리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고먼은 최근 올 하반기 M&A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 크게 걱정은 안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수료 수입은 그러나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간스탠리 등 상위 5대 미 투자은행에 집중됐다. 이들은 183억달러를 수수료로 벌어들여 10년만에 2번째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주식발행 수수료도 마찬가지였다. 투자은행들은 기업들의 주식발행 주간사로 참여배 11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2015년 이후 5년만에 최대 실적을 거뒀다.
PNC 파이낸셜이 5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지분을 매각한 것이 수수료 기준으로 최대 규모였다. 지분 매각에 주간사로 참여한 투자은행들은 1억5900만달러(약2000억원)를 수수료로 받았다.
또 프랑스 제약업체 사노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 리제너론 지분을 매각하는데 중개기관으로 참여한 투자은행들도 6700만달러(약80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T모바일이 스프린트 인수를 위해 조달한 190억달러짜리 자금조달 중개도 규모가 큰 거래였다. 중개에 나선 은행들은 1억1900만달러를 수수료로 챙겼다.
AT&T, 월트 디즈니, 포드, 카니발, 파산한 캘리포니아 전력업체 퍼시픽 개스 앤드 일렉트릭 등의 채권 발행 수수료 역시 5000만달러를 웃돌았다.
JP모건의 글로벌주식발행부문 대표 아친탸 맹글러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 덕분에 다양한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주식발행(증자)도 대폭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수수료 호조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로 기업부도가 속출할 전망이어서 은행들의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은행주로 구성된 KBW 은행업종 지수는 올들어 35% 급락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낙폭 6%를 크게 웃돌고 있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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