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참혹한 사고 현장 목격하며 고통 호소
법원 "공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 인정된다"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참혹한 사고 현장을 자주 목격하는 구급 업무를 오랜 기간 담당하다 정신 질환을 얻어 고통 받다 끝내 사망한 소방관의 유족이 소송 끝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소방관 A씨의 부인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순직 유족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재판부는 A씨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해 얻은 정신질환 때문에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러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공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A씨는 23년 소방관 경력 중 12년 정도를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는 구급 업무를 담당했다. 동료들의 진술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승진하면서 구급 업무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6개월 만에 다시 구급 업무로 전보됐다.
A씨는 자신을 구급 업무에 투입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아내에게 보여주며 심적인 부담감과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10년부터 수면장애, 불안, 공포 증상을 호소하다 정신과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 사실이 직장에 알려질 것을 우려한 A씨는 2014년 즈음부터 거의 치료를 받지 않았고, 이로 인해 증상이 점점 심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유족은 A씨가 숨지기 직전 업무로 고통받았다며 순직 유족 급여를 신청했지만 '직무와 관련한 직접적 사망 계기가 환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후 A씨의 유족은 이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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