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전월 대비 0.3%↑…1월 이후 최대 상승폭
관세 영향 가시화…"7~8월 본격 반영 전망"
시장은 강세 흐름 유지…나스닥·S&P500 선물 상승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반등 조짐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소비자 물가에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15일(현지시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해,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7% 상승해, 5월의 2.4%보다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0.3%·2.6%)와 대체로 일치하거나 소폭 상회한 결과다.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6월 한 달간 0.2% 상승, 연율 기준으로는 2.9%로 올라섰다. 3개월 연속 2.8%에 머물던 근원물가가 다시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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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이 생활용품점 '달러트리'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다. 2018.08.30 [사진=블룸버그] |
◆ 3%까지 떨어졌던 물가, 다시 상승세 전환
올해 초 3% 수준이었던 CPI는 상반기 내내 하락세를 보여왔으나, 6월 들어 반등세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과 고율 관세가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세부 항목별로는 관세의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혼합된 신호가 감지된다. 신차 가격은 0.3%, 중고차·트럭 가격은 0.7% 하락했지만, 관세에 민감한 품목인 의류 가격은 0.4%, 가구 및 생활집기 가격은 1.0% 각각 상승했다.
주거비는 0.2% 상승에 그쳤으나, 전체 CPI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항목으로 꼽혔다.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도 0.3% 상승했다.
다만 서비스 물가 상승폭은 비교적 완만해 물가 전반의 급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항공권, 호텔 및 모텔 객실료 등은 수요 둔화로 인해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었다고 BLS는 전했다.
이번 CPI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수입품 고율 관세가 가격 구조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고, 마켓워치는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드디어 수치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선 7~8월 이후 관세 전가가 본격화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연준, 금리 인하 판단에 신중 기조…9월 인하 가능성은 유지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통화정책 판단의 핵심 지표로 CPI가 아닌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를 주로 참고하지만, 이번 CPI 반등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6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번 물가 반등으로 연준이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NBC는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일부 위원은 여전히 조기 인하를 주장하지만, 다른 위원들은 관세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FT도 "연준 내부 두 명의 위원이 7월 금리 인하에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다수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수개월간 근원 CPI가 매월 0.3~0.4%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전자제품, 자동차, 의류 등 관세 민감 품목의 가격 상승이 반영될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서비스 물가에 대한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CPI 발표 이후에도 나스닥과 S&P500 주가 지수 선물은 발표 전의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BH)의 엘리어스 하다드 수석전략가는 "현재까지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연준은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이번 주 마이클 바 부의장을 포함한 복수의 정책 결정자들이 공개 연설을 예고하고 있어, 이들의 발언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