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음성변환 서비스, 네이버·휴멜로 등 '감정 입히기' 활발
"2025년 전세계 성우 시장 11조5000억 규모…기술 고도화로 공략"
[서울=뉴스핌] 정윤영 김지완 기자 = #.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영화 테이큰에서 배우 리암 니슨은 자신의 딸을 납치한 이와의 통화에서 목소리를 낮게 깔며 이렇게 말한다. 해당 대사는 자녀를 잃은 부모의 절제된 분노가 내재돼 있어 관람객에게 큰 울림을 줬다. 앞으로는 실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인공지능(AI) 성우를 통해서도 이 같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게 됐다.
음성 합성 AI 기술기업 휴멜로는 최근 감정 표현이 가능한 AI 성우 서비스 '프로소디'를 개발·출시했다. 휴멜로는 인간을 뜻하는 휴먼(Human)과 음성을 가리키는 멜로디(Melody)의 합성어다.
휴멜로 웹페이지 갈무리. [캡쳐=휴멜로] |
◆ 과거 TTS, 억양 어눌...최근 네이버·휴멜로 등 감정 입히기 '박차'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텍스트음성변환(TTS) 서비스는 지금껏 어눌하고 부자연스러운 억양으로 기계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동응답시스템(ARS), 대중교통 내 음성안내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TTS에 감정을 입히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정보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텍스트 감정 분석과 음성 합성을 이용한 오디오북 서비스' 논문에 따르면 최근 음성합성 분야에서는 텍스트에 감정을 입히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해당 논문에선 "텍스트를 분석해 감정을 라벨링하고, 특정 감정별로 학습된 음성 합성 모델을 통해 음성을 합성해 기존의 TTS와 비교하여 생동감 있는 오디오북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스타트업인 휴멜로가 개발한 프로소디 서비스 역시 슬픔, 화남, 흥분, 즐거움, 차분함, 졸림, 실망, 두려움, 중립 등 인간이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휴멜로 관계자는 "기존 음성 합성 기술을 연구하다 TTS의 경우 억양이 어색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것을 보완하려고 하다보니 감정을 입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휴멜로는 필요 데이터량이 적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회사 측은 "과거 목소리의 주체가 되는 인물의 음성 합성을 하려면 많게는 3~4시간이 소요된다"며 "네이버가 최근 40분까지 줄였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를 30분으로 단축시켰고, 앞으로 더 줄여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휴멜로 관계자는 "업계에선 2025년까지 전세계 성우 시장이 11조50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향후 기술을 고도화시켜 고도의 연기력이 필요한 부분을 가다듬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일찍이 그 가능성을 높게 점친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휴멜로와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콜라보를 기획·연구하고 있다. 휴멜로는 지난 1월 SM 소속 래퍼 슬리피와 '엠 아이 포 리얼(Am I for Real)'을 편곡했다. 슬리피는 당시 "인공지능이 비트에 맞게 랩을 뱉어냈다. 래퍼들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휴멜로 홈페이지에서는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의 목소리를 활용한 모닝콜, 위로, 생일 축하 음성을 찾아볼 수 있다.
◆ 네이버 AI 성우, 출시 4개월 만에 10만 시용자 돌파...연내 AI 콜센터 출시
사실 국내에서 AI 성우에 감정을 입힌 기술을 개발한 건 휴멜로가 최초는 아니다. 앞서 네이버가 올해 초 목소리 녹음 없이 문자 입력만으로 더빙을 입히는 '클로바더빙'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네이버는 자사 음성 합성 AI 기술인 '클로바 보이스(Clova Voice)'를 활용, 성인과 아이, 남성과 여성,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25종의 보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어 외에도 영어, 일본어까지 지원한다.
해당 서비스는 출시 4개월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사용자들이 생성한 더빙 음성은 약 1000만 건, 더빙 콘텐츠 다운로드 수는 약 100만 건에 이른다.
클로바더빙의 빠른 성장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자, 영상 제작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로바더빙이 비대면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 서비스가 교육 현장에서 비대면 콘텐츠 제작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국내 크리에이터 및 기업의 콘텐츠가 글로벌로 더욱 확산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2019년 8월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제3회 네이버 서비스 밋업' 기자간담회에서 클로바 AI콜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김지완 기자] 2020.03.25 swiss2pac@newspim.com |
음성합성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AI 성우를 활용한 서비스 역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AI를 담당하는 클로바 부서에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BP)를 결합시켜 연내 'AI 콜센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네이버 외 카카오 역시 TTS를 눈여겨보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AI 아나운서를 개발하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뉴스를 AI가 자연스럽게 읽어 주는 서비스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음성 인터페이스를 위해 감정이 느껴지는 TTS 기술과 자신의 목소리로 음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TTS 음성기술이 더 고도화된다면 사용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업계 관계자는 "머지않아 미래에 TTS가 더욱 고도화돼 사물인터넷(IoT), AI 비서 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yoonge9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