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위헌→한정위헌' 제청결정 두고 임종헌 재판서 증언
"재판부가 검토 못한 문제 알려줘 논의한 후 바꾼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양승태 사법부'가 일선 재판부의 결정을 바꾸도록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재판장이었던 법관이 "이규진(58·사법연수원 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제의한 방향대로 바꾼 것은 맞지만 지시나 요구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며 "다른 경로로 알았더라도 변경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을 열고 염모(54·20기) 부장판사를 증인신문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10 dlsgur9757@newspim.com |
염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4월 8일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 재판장으로 있으면서 신청인이 '단순위헌'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염 부장판사는 "주심 판사 등 배석들과 합의를 거쳐 신청 당사자 권리구제에 초점을 맞춰 한정위헌 취지로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대리인 측에도 청구취지를 변경하자고 알렸고 대리인도 수긍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결정문을 접수받은 당시 법원행정처는 이를 두고 헌법재판소에 바로 송부할 것인지,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경정' 조치를 취할 것인지, 기존 결정을 취소하고 다시 결정하는 '직권취소 및 재결정'을 할 것인지 등 후속방안을 논의했다.
한정위헌은 법원이 법률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날 경우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결정을 의미한다.
검찰은 당시 임 전 차장과 박병대(63·12기) 전 처장,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가 한정위헌이 헌재와의 관계에서 대법원 위상을 떨어뜨린다며 민감하게 생각했고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바꾸도록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염 부장판사는 "2015년 4월 10일 이 전 상임위원이 전화해 '대법원 내에서 헌법 연구 모임을 맡고 있는데 한정위헌 취지의 결정문은 명백히 대법 판례에 반하는 문제가 있어 그대로 헌재로 보내면 문제가 많을 것 같다. 한 번 생각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전 상임위원이 직권취소 후 단순위헌으로 재결정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며 "당시 대법원의 정책적 판단에서 접근을 안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잡아야하지 않겠나 생각을 했고 배석들과 이야기를 거쳐 (단순위헌 취지로) 바꾼 것이고 개입이라기 보다 자문 내지 조언을 얻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염 부장판사는 '대법 판례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말을 들었더라도 증인의 재판부가 당초 소신과 판단에 따라 (한정위헌 취지의) 결정을 한 것인데 이를 유지하는 것이 온당하지 않냐'는 재판부 질문에도 "저희 재판부가 내린 판단이 잘못됐다는걸 인지했다면 대법원에서 근무하는 이 전 상임위원을 통해 알았거나 어떤 동료 법관을 통해 알았거나 상관없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결정을) 고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 전 상임위원이 재결정문을 전산상 사건검색에서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 처리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는 "검색제외 조치는 공문도 보내야 하고 약간 이례적인 사안이라 꺼림칙하게 생각하긴 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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