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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 前법원장 "행정처가 재판부에 연락해 결론 바뀐 것 알았다"

기사입력 : 2020년06월09일 19:08

최종수정 : 2020년06월09일 19:08

임종헌 재판서 증언…"대법원장 보고사안이라 생각"
"헌재 주요 이슈는 이규진 담당…구체적 기억은 없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으로 일했던 한승(57·사법연수원 17기) 전 전주지법원장(현 변호사)이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서 "당시 행정처가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결론이 바뀐 사실을 알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한 전 법원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날에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변호인으로 같은 법원에 출석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08 dlsgur9757@newspim.com

한 전 법원장은 지난 2013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거쳐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지냈다. 그는 행정처 내에서 헌법 및 헌법재판소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지만 주된 이슈는 당시 양형실장으로 불렸던 이규진(58·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전담했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2015년 4월 경 서울남부지법 재판부에서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 결정한 사안을 두고 행정처 대응에 대해 질문했다.

한정위헌은 법원이 법률을 어떤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날 경우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결정을 의미한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수뇌부는 한정위헌이 헌재와의 관계에서 대법원 위상을 떨어뜨린다며 민감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전 법원장은 "사법정책실 심의관으로부터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결정서 접수사실을 보고받고 상부에 보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담당 심의관에게 헌재에 그대로 송부하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에서 인정하지 않는 한정위헌 취지의 제청결정이어서 차장, 처장, 대법원장에게 보고는 드려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대법원과 헌재 간 권한과 위상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라 대법원 입장에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주제 아닌가' 라는 검찰 질문에도 "관심이 컸던 것은 맞다"며 "위에서(대법원장) 논의될 사안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검찰은 '일선법원에서 이미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을 하고 당사자에게 송달까지 됐는데 행정처가 담당 재판부에 연락해 직권취소하고 단순위헌 취지로 결정을 바꾸게 한 것이 맞냐'고 물었고 한 전 법원장은 "결과적으로 결정이 바뀐 것은 저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다만 담당이 아니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고 실장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기억이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행정처에서는 상고법원 도입이 최우선 정책과제여서 증인과 피고인은 이에 전념하고 있지 않았냐'는 변호인 질문에 "네"라며 "담당 심의관도 이규진 전 상임위원에게 보고하면서 저에게 참조용으로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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