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팔아 싱가포르 계좌로 이체하고 호주 이민 고민"
[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홍콩의 자산가들 사이에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자금을 해외로 옮기거나 부동산을 처분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따라 금융허브 등 홍콩의 경제적 지위가 크게 위협받은 가운데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지나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은 홍콩 부자들이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달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한 이후 고액 자산가들이 '비상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핵심 세력이면서 홍콩에서 발행되는 중국 회사채 시장의 큰손들인 홍콩 부자들이 홍콩내 보유자산을 줄이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 영국계 금융회사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에는 홍콩 시민의 해외 계좌 개설 문의가 이전보다 25∼30% 증가했다. 이들은 싱가포르와 영국, 호주, 대만 등에 새로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콩에 상장회사를 둔 재벌들의 상당수가 홍콩보안법에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홍콩 경제의 안정적인 미래를 자신했지만, 많은 사업가와 전문직 종사자들의 의견은 비관적이다.
홍콩 투자은행사 종사자인 샘은 곧 홍콩을 떠날 예정이라며 "1989년 베이징 톈안먼 사태 때, 호주 브리즈번으로 이주한 후 20년 전 홍콩으로 돌아왔지만, 이제 이 곳에 남아 있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황은 매우 나빠 보이고, 점점 악화하고 있다"며 "자녀들을 위해 호주로 이민을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홍콩의 자산가인 쳉은 최근 1000만 달러(약120억원)를 싱가포르로 옮겼음에도 불안한 마음이 크다. 홍콩의 불확실한 미래 탓이다. 그는 홍콩에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하고, 올해 내 싱가포르에서 영주권을 획득할 계획이다.
그는 "중국의 홍콩 자본시장 장악은 더 많은 불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홍콩의 자본과 인재 유출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홍콩 소재의 운용사인 포트쉘터자산운용의 리처드 해리스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아직 자산을 옮기지 않은 다른 이들도 아마 곧 이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홍콩 로이터=뉴스핌] 박진숙 기자=9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시위 1주년을 기념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2020.06.10 justice@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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