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금융시장 압박 수위 끌어올려...파장 예상
감사상황 점검 3년 거부시 상폐..알리바바 등 대상
중국 기업, '공산당과 관련없다' SEC에 설명해야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이 자본·금융시장 부분에서 대(對)중국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미국 상원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회계 감사 규정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의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기존 상장 업체도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상장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이날 상원은 공화당 존 케네디와 민주당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이 발의한 '외국기업책임법안'(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하원으로 넘겼다고 로이터·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법안이 하원에서도 통과돼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으면 공식 법률로 발효된다.
이 법안은 외국 기업이 미국 '공개회사 회계감시 위원회'(PCAOB)의 감사 규정을 3년 연속 준수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주식도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미 상장됐더라도 PCAOB에 의한 감사상황 점검을 3년 연속 거부하면 상장 폐지된다. 기존에 상장된 알리바바 그룹,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의 유력 민간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PCAOB는 상장 기업의 회계 감사를 담당하는 감사법인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기업의 재무제표 질을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
법안은 아울러 상장 기업에 자사를 외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거나 통제하고 있는지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상장된 외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지 않다는 점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설명해야 한다. 법안은 이같은 내용의 적용 대상을 모든 외국 기업으로 했지만, 중국을 정조준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미국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국 회계법인의 감사에 대한 미국 측의 검증을 거부해온 바 있다.
케네디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세계에는 사기꾼들에게 개방적인 시장이 많다. 하지만 미국은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없다"며, "중국은 매번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홀렌 의원은 "중국 기업들은 너무 오랫동안 미국의 보고 기준을 무시하며 우리의 투자자들을 오도했다"고 했다.
법안이 발효될 경우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주권을 침해당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 감사법인이 보유한 자국 기업의 재무제표에 포함된 공산당 관련 내용이 미국 측의 검증을 통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뿐 아니라 미국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중국 때리기'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COVID-19) 발병 사실을 조기에 알리지 않고, 관련 정보를 은폐해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비판론의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은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추가 규정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로이터는 나스닥은 IPO 기대를 모으는 일부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 부족과 내부자 유착 문제를 우려해 이같은 규정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나스닥이 발표할 새 규정에 따르면 중국 기업 등 해외 업체들은 IPO를 통해 최소 2500만달러 혹은 시가총액(나스닥 상장 이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자금을 모집해야 한다. IPO 규모에 하단을 설정한 것이다. 로이터는 "나스닥이 IPO 규모의 최소액을 설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같은 변화로 중국 기업 일부가 IPO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 155곳 가운데 40곳이 IPO를 통해 2500만달러를 조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스닥은 작년에도 중국 소형 기업의 IPO를 억제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나스닥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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