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휴 상공회의소장 "공급망 유지 필요, 비용 측면도 봐야"
서방 선진국들 '리쇼어링'.. 중국 의존도 줄이기가 트렌드
[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코로나19(COVID-19)로 글로벌 공급망이 해체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상공회의소가 중국에서 공급망을 지나치게 분리하면 오히려 미국 경제에 해롭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소요되는 시간 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경제인 단체 다운 이유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계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탈중국 트렌드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공회의소는 경제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미국 공급망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겨오는 것이 과도하면 안 된다고 미 행정부에 경고했다.
토마스 도나휴 미 상공회의소장은 온라인 컨퍼런스에서 "공급망의 유연성을 보호하는 것이 꼭 중국에서 공급망을 모두 미국으로 옮겨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산업에서 국내 생산을 증대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상공회의소와 다른 경영자 단체들은 생산설비를 미국으로 옮겨오는데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오히려 필수 공급재에 대해서는 많은 재고를 비축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들 단체는 현재 의약품과 의료장비 분야에서도 정부가 배타적으로 미국제품만을 고집할 경우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을 자극하고 마스크 등의 수입을 어렵게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내 물품 부족은 중국 등의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가 아니고 수요가 폭발적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도나휴 소장은 "미국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의 70%가 미국에서 생산된 것이고 중국에서 생산된 것은 1%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 '높은 중국 의존도 탈피'가 서방 선진국 기본 방향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에 있는 제조업을 국내로 가져올 것을 촉구하면서 해외생산에 대한 세금부과와 돌아오는 기업에 보조금 지원 등을 강변하고 있다.
주로 중국 등 해외진출한 기업ㅇ을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정책인 소위 '리쇼어링(Reshoring)'정책은 점점 더 강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을 무기 삼아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공급 사슬을 끊으려고 했지만 중국의 '세계의 공장' 역할이 워낙 견고해 그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중국 중심 공급망을 뿌리째 뒤흔든 건 관세 폭탄이 아니라 코로나19였다. 세계 제조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공장이 멈춰서자 지난 2월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은 기존 전망치 대비 반 토막 났다. 1분기 스마트폰 생산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의 본국 회귀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내 거점을 둔 다국적 기업 중 본국 회귀를 검토한 곳은 무려 80%에 달했다. 일본도 '중국 탈출'에 미국 못지 않게 적극적이다. 일본의 중국산 소재·부품 의존도는 지난해 21.1%로 집계됐다. 프랑스(5.1%) 영국(5.9%)의 네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본은 중국에 있는 자국 기업들의 공장을 일본으로 되돌리는 유턴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 비용의 3분의 2까지 정부가 대주는 정책을 확정했다. 최근 일본의 가전 전문 중견기업 아이리스오야마가 공급망 재구축 1호로 중국에 있는 마스크 공장을 일본으로 이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과 '완전한 관계단절'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망을 미국 안에 새롭게 구축하는 방안이 그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그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많고 관계를 통째로 단절하는 수도 있다"며 공급망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 한 방안으로 부각시켰다.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서는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에서 자금지원하는 것과 세금을 꼽았다. 트럼프는 "솔직히 말해 인센티브 한 가지는 그들이 해외에서 생산할 경우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공급망들을 미국 안에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세금 감면, 보조금, 법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쇼어링 펀드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 등을 지원하는 25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구성했고 이 규모는 필요에 따라 점덤 더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의료품과 식품 공급망이 전략적으로 새로 평가되고 있어 리쇼어링에 큰 탄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필수 의약품을 미국에서만 생산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서명할 때 트럼프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스스로 생산한 뒤 세계로 수출하는 것에는 의약품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반도체, 국방 안보 장비 등 각종 상품의 탈 중국화 정책의 주요 분야가 될 것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미국에 공급되는 의약품 성분 제조사의 72%가 해외에 있으며 특히 13%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중 압박과 비판이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점점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비경제적 측면은 공급망 재편 불가피
영국 경제전문지 더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연구기관 EIU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화 추세가 꺽이고 중국에 크게 의존했던 기업들의 공급망이 기업 본사와 가까운 곳, 또는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는 것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세계 무역을 장악했으며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시장 수요 잠재력과 낮은 생산비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화의 시대가 종식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대신 여러 아시아 국가로 분산된 공급망이 생길 것으로 EIU는 예상했다.
EIU는 공급망을 옮기거나 새로 구축하는게 쉽지 않은 것을 볼 때 특히 자동차 부문을 포함해 이전은 영구적이 될 것이라며 지역이 다양해진 공급망은 코로나19 사태의 산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꼭 코로나19을 이유로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을 추진 하는 것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오는 11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과 기술 선점을 둘러싼 양국간 긴장도 탈중국을 촉진시키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EIU의 분석이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기념품 가게 앞에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진 광고물이 서 있다.2020.03.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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