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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북한의 GP 총격 이후는…무력시위 이어질수도

기사입력 : 2020년05월05일 07:00

최종수정 : 2020년05월05일 07:00

문성묵 "의도 간과해선 안 돼…'레드라인' 범위 내 무력시위 가능성"
박원곤 "GP 총격은 우발적", 김동엽 "GP 사건·무력시위 연계 말아야"

[서울=뉴스핌] 노민호 허고운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잠행'을 깬 가운데 북한은 지난 3일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북측의 총격은 '우발 정황'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북측의 '총격 해명'도 들어보지 않은 가운데 내린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의도성을 가지고 '저강도 도발'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수위를 높여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놨다.

'9.19군사합의' 이행에 따라 시범 철수된 고성GP 자료사진.[사진=뉴스핌 DB]

◆ 南 초소 날아든 北 총탄 14.5㎜ 고사총 추정

북한 측은 전날(3일) 오전 7시41분께 DMZ 중부전선 아군 GP에 총탄 수발을 발사했다. 아군 GP 외벽에서는 4발의 탄흔과 탄두가 발견됐다.

국방부와 합참은 ▲안개로 시계가 1㎞ 내외였다 ▲근무교대 이후 화기 점검이 이뤄지는 시간대였다 ▲상황 발생 직후 북측 GP 인근 영농지역서 일상적 활동 지속됐다 ▲북측 GP가 우리 측 GP보다 낮은 지대에 위치해 있었다 ▲유효 사거리 밖의 GP에서 발사 등을 이유로 고의적인 도발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련의 설명에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총탄은 14.5㎜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주로 사용하는 AK-47 소총은 유효 사거리가 300m이고 고사총은 1.4㎞다. 총격 피해를 입은 우리 군 GP는 북측 GP와 약 1.5㎞ 떨어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식적으로 고사포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북측은 GP에 고사총과 무반동포 등을 배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11월 15일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 우리측 GP 왼쪽 뒤편으로 보이는 북측 GP에서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사진=뉴스핌 DB]

◆ 문성묵 "의도성 간과해선 안 돼…北, 추가 무력시위 '레드라인' 넘지 않는 범위"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군의 발표대로 우발적인 총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발적인 사고를 위장한 의도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문 센터장은 지난달 실시된 한미연합공중훈련과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도입 등을 언급하며 "북한으로서는 썩 좋아하지 않을 만한 일들이 있어 왔다"며 "우리 쪽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들도 다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도발 금지선)을 넘지 않으면서 도발 수위를 높여 나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조만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글자 그대로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ICBM을 시험발사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가도에도 결정적인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최근 대미협상국 등을 신설한 것은 어쨌든 미국과의 관계는 깨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ICBM 보다는 급이 낮은 레드라인에 걸칠만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또는 중거리미사일, 아니면 새로운 엔진실험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 3일 "김정은 동지가 2일 조선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장을 찾으시고 훈련혁명의 불길을 더 높이 지펴 올렸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 박원곤 "GP 총격은 우발적"…김동엽 "GP 사건·무력시위, 연계 말아야"

반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의 GP 총격은 우발적이라는 군 당국의 설명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무력시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이번 GP 총격은 도발치고는 강도가 낮다"며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이 보여준 '잠행→등장→도발' 패턴으로 갈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 중 긴장을 고조시키는 형태의 군사적 조치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경제적으로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GP 총격은 의도가 없는 우발적 사고"라며 북측의 관련 책임자들 강한 문책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 김 교수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등장과 GP 사격, 추가 도발 패턴 등은) 연관 지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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