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억원 이상 공동주택 공시가격 21% 상승
'개포주공1단지' '아리팍' 2주택자 보유세 7203만원
"매매보단 증여 선호...절세효과, 향후 가치상승 기대"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6월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주택자들은 주택을 매도할지, 증여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인상하기로 공언하면서 세금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19.07.30 pangbin@newspim.com |
◆ 공시가격·종부세율 인상...강남 2주택자 보유세 88% '껑충'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종부세 부과 기준인 전국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올해 30만9361가구로 지난해 21만8124가구보다 41.8%(9만1237가구) 증가했다. 고가 아파트가 집중된 서울은 지난해 20만3174가구에서 올해 28만842가구로 38.2%(7만7668가구) 늘었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매년 12월 부과된다.
시세가 비싼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 인상폭이 더 컸다. 정부는 고가와 저가 주택 간 공시가격 형평성 제고를 위해 9억원 초과 아파트의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세별로 보면 15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6.18%로 가장 컸다. 이어 12억원 초과~15억원 이하 17.27%,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15.20% 순으로 나타났다.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21.15%이다.
공시가격 급등에 정부의 종부세율 인상까지 겹치면서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은 많이 늘어난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와 3주택자 이상에 대해 종부세율을 0.2~0.8%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전용 50.64㎡)와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95㎡)를 보유한 2주택자가 내야 할 보유세는 지난해 3818만원에서 7203만원으로 88.6%(3385만원) 증가한다.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43㎡)와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99㎡), '개포주공1단지'(전용 50.64㎡)를 보유한 3주택자의 보유세는 9747만원으로 세율 인상 적용 전인 8624만원보다 13%(1123만원) 더 오른다.
◆ 6월 앞두고 다주택자 '갈림길'..."절세효과, 매매보다 증여"
올해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은 주택 처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 다주택자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매매나 증여를 하려는 다주택자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늘면서 강남권 아파트값은 매주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수세 위축까지 겹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2% 하락해 지난해 7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0.16%, 0.17% 하락했고, 송파구도 0.12% 내렸다. 강동구(-0.01%)도 매물이 늘면서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절세효과' 측면에서 매매보다 증여가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전용 84.43㎡)와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39㎡)를 한 채씩 보유한 A씨의 보유세는 3767만원이다. 이때 A씨가 마포 래미안푸르지오를 아내에게 증여할 경우, 부부가 내야 할 보유세 총액은 1206만원으로 줄어든다.
A씨 부부는 증여로 증여세와 취득세를 내야 하지만, 매매로 인한 양도세보다 세금 부담이 적다. 증여세(2억370만원)와 취득세(6000만원)의 합은 약 2억6370만원이다. 반면 A씨가 2017년 9억원에 매입한 마래푸를 6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매했다고 가정하면 양도세는 3억283만원으로 6000만원 가까이 더 내야 한다.
우병탁 팀장은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단지들은 증여가 더 유리하다"며 "매매와 달리 가족 간 증여는 시세 차익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입지 조건이 좋은 강남 지역에서는 증여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1347건으로 전년 동월(562건)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증여가 이뤄졌다. 강남구(230건), 서초구(51건), 송파구(50건), 강동구(228건)의 증여는 총 559건으로 전체 증여의 41%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 급매도 '속속'..."무주택자, 내 집 마련 노려라"
증여가 여의치 않은 다주택자들은 6월 전 급매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주택자 등 수요자에겐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6월이 임박할수록 지금보다 더 가격을 낮춘 급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원하는 가격으로 낮춘 매물이 나왔다면 매입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양도세 중과 유예 등 혜택이 사라지는 6월 이후에는 오히려 보유자들도 버티기에 나서면서 가격이 다시 꼿꼿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도 "세금 부담 등으로 장기간 버티기 어려운 보유자들은 속속 처분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최근 코로나19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호가는 더 떨어질 수 있어 매입을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장은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경제 상황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며 "4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나오면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