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의 기점이 이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동남아시아로 옮겨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의 코로나19 검사 역량이 낮은 데다, 무슬림이 많은 인구 특성 상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 이후 인구 대이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필리핀 마닐라 약국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인파가 몰려 들었다. 2020.01.31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시스템사이언스 시스템사이언스·엔지니어링 센터(CSSE) 코로나19 상황판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동남아 전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8000명을 넘는 수준을 보였다. 이 중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87.9%를 차지했다.
동남아 확진자 수는 수십만명에 이르는 미국이나 일부 유럽국에 비해 아직 매우 적지만, 검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가 수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코로나19 진단 역량은 국가별로 상이하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인 싱가포르는 백만명 당 1만6203건에 달하는 반면, 세계 최하 수준인 미얀마는 백만명당 85건밖에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다음 기점이 될 것으로 가장 우려하는 동남아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다. 인구 수는 많은데 진단 역량이 낮기 때문이다.
인구 2억7000명으로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총 4만2000건의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백만명당 154건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일일 검사 건수를 1만건으로 끌어올리겠다며, 검사 건수가 많아지면 확진자 수가 9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필리핀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미 사용 중인 10만개에 추가로 지난주 진단키트 90만개의 조달을 승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봉쇄령에 저항하는 시민은 사살하겠다고까지 하며 극단적 수준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필리핀 자체 통계 모델에 따르면 감염자의 75%에 달하는 1만5000명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는 23일부터 내달 23일까지 한 달 간 지속되는 라마단이 끝나면 수백만명의 인구가 대이동하면서 코로나19가 폭주할 것이라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무슬림은 라마단 금식 기간이 끝나면 친지와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여행하며 큰 축제를 벌이는 것이 전통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대학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예측한 모델에 따르면, 7월까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에서만 7월까지 수백만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는 무직자만 여행을 허용하고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은 14일 간 격리시킨다는 방침이다.
한편 별다른 봉쇄조치 없이도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싱가포르는 안심하던 사이에 2차 확산으로 동남아 최다 감염국이 됐다. 중국 등에서 유입한 이주노동자들이 비좁은 기숙사에서 거주하던 도중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이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20일 하루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426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중 대부분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이주노동자들이고, 16명이 싱가포르 시민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싱가포르의 누적 확진자는 8014명, 사망자는 11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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