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관련 판매사 가운데 첫 보상 결정 사례
나머지는 TRS 우선회수 등 교통정리 안돼
코로나19로 당국 조사마저 차일피일 미뤄져
"법률적 검토·소송전 대비가 우선" 반응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지난해 불거진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사태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주요 판매사 가운데 하나인 신영증권이 자발적 손실 보상에 착수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신영증권 외 나머지 판매사들은 여전히 수사 및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보상 관련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로 인한 고객 손실 관련 자발적 보상안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보상안 마련에 대해 논의중"이라며 "구체적인 보상 규모에 대해선 현재 고객과 협의하고 있으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라임 펀드 환매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가 자발적 손실 보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말 기준 신영증권이 판매한 라임펀드는 약 890억원으로 개인이 649억원, 나머지는 기관에 판매됐다.
신영증권은 보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법률적 검토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상품 매매에서 손실을 보전하거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투자매매업자·투자중개업자 및 그 임직원 자신의 위법행위 여부가 불명확할 경우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를 손실 보전 금지의 예외조항으로 허용하고 있다.
최근 KB증권이 호주 아파트 투자 사모펀드 'JB호주NDIS펀드' 관련 개인투자금 전액을 보상한 데 이어 신한금융투자가 독일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 원금상환이 지연된 고객에게 투자금의 절반을 가지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영증권의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부 판매사 외에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가 나오지 않았고, 라임펀드의 최종 손실액 평가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상당히 빠른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명확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를 보상하겠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의외의 결정"이라며 "회사 신용과 평판에 부담이 되는 이슈를 우선 털고가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신영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판매사들은 구체적인 배상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환매가 중단된 라임펀드 규모는 총 1조6679억원이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3577억원(42개 펀드)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투자가 3248억원(44개 펀드), 신한은행과 대신증권이 각각 2769억원(14개 펀드), 1076억원(23개 펀드)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현재 내부적으로 배상을 검토하는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증권사에 재직 중인 한 임원은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제적 고객 배상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며 "법률적 문제도 남아 있고, 일단 책임 소재를 가리는데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감독원의 판매사 현장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 또한 판매사들의 움직임을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라임 관련 현장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이를 잠정 연기했다. 조사가 늦어지면서 당장 1분기로 예정된 종합검사까지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는 중이다.
더구나 라임 펀드 판매사에 대한 금융분쟁 조정 신청이 300여건을 넘어선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조사가 판매규모가 큰 판매사 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곳까지 진행돼야 하는 만큼 보상 계획도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와 은행을 아우르는 공동대응단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일단 정확한 피해 규모와 함께 향후 있을 소송전에 대비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