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수·대산석유화학단지 40년… '노후화' 심각
지난해 인근 공장 유증기 유출 이어 올해 롯데케미칼 폭발 사고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4일 새벽 롯데케미칼 서산 대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3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폭발 당시 커다란 굉음과 함께 지진이 일어난듯 큰 진동이 발생하며 공장이 위치한 동네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처럼 주변에 큰 피해를 야기하는 화학사고가 매년 꾸준하게 반복되며 재발 방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 지난해만도 2건 발생
4일 관련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이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지난해 2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5월 17일과 18일 양일 간 인근 대산공장 내 스티렌모노머(SM) 공장에서 화학물질을 포함한 다량의 유증기가 유출돼 근로자와 주민 수백명이 병원 진료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또 같은 달 22일 대산읍 화학제품 제조 기업인 KPX 그린케미칼에서 노후된 배관의 밸브 이상으로 흡수 세정탑 굴뚝에서 암모니아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대산석유화학단지에 공장을 둔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LG화학, 현대오일뱅크 등 4개 회사는 향후 5년간 안전·환경 분야에 807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와 관련해 서산 시민들에게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공개적인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롯데케미칼을 강하게 압박했다.
사실 이 같은 화학사고는 대산을 포함한 울산, 여수 등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내 기업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화학사고로 인한 사건이 12건 일어났으며 사망자 4명을 포함해 39명의 산업재해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에는 지난해 2월 한화 대전사업장에서 로켓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사망한 3명이 포함됐다.
◆40년 넘어선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시설·설비 '노후화'
지속적인 화학사고 발생 원인으로는 시설·설비 노후화와 정비·보수 공사 부실, 정부 관리 감독 문제등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여수화학산업단지(1970년대), 울산석유화학단지(1960년대), 대산석유화학단지(1980년대) 등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들은 40년이 넘어서며 시설과 설비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들 단지내 화학 업체들은 톨루엔·포스겐 등 유독성 물질을 취급하는 탓에 각종 설비·장치들의 부식 속도가 높다.
하지만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정비·보수 공사 등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협력사에 위탁하는 일도 발생해 왔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되는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유해 화학물질' 사용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을 금지했다.
유해 화학물질은 전문성을 가진 직원이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인근 대산공장 내 스티렌모노머(SM) 공장에서 유증기가 유출됐을 때도 숙련된 근로자가 파업으로 자리를 비워 다른 부서에서 차출된 대체인력이 투입돼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강력한 관리 감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화학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존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솜방망이 같은 처벌이 반복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제대로 된 책임규명과 가중 처벌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화학사고예방과 관계자는 "화재 폭발 누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를 두고 전담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일년에 12건, 산업재해자가 39명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