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아예 출입금지…대면접촉 막혀 전화영업만
"연초 영업 중요한데…상반기 실적달성 사실상 어렵다"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기업금융은 1월 말부터 사실상 올스톱입니다.", "전화 영업에만 의존하다보니 신규 고객은 꿈도 못 꾸고 기존 고객 관리만 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시중은행 기업영업에 비상이 걸렸다. 개인을 상대하는 소매금융과 달리 대면영업이 필수적인데 고객들이 이를 꺼리고 있어서다.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대출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상반기 영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은행 기업금융전담역(RM)들은 사실상 잠정 휴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사태로 고객과 미팅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한 은행 RM지점장은 "대기업은 아예 건물 입구에서 출입이 막힌다"며 "다른 기업 고객들도 만남을 부담스러워해 사무실에서 전화만 돌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로 대체할 수 있는 소매금융과 달리 기업영업은 여전히 발로 뛰는 영업이 필수적이다. 기업대출을 심사하려면 재무제표 등 정량평가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4년차 RM은 "서류만 보고 대출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100% 시스템화가 불가능하다"며 "담보를 비롯해 최고경영자(CEO)의 이력, 회사의 내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본점 차원에서도 고민이 깊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다. 무리한 영업은 고객과의 관계만 악화시킬 수 있어 당분간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일상적인 대면영업 외에 식사나 주말 모임 활동도 전면 중단한 이유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6일 SK텔레콤 서울 중구 본사 T타워에 근무하는 한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이날부터 3일간 본사를 긴급 폐쇄하고 집중 방역에 돌입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T타워. 2020.02.26 mironj19@newspim.com |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반기 영업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기업금융센터 직원은 "우량기업은 뺏고 뺏기는 경쟁이 치열해 연초 영업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일찍 실적 목표를 달성할수록 대출금에 대한 이자이익이 평가에 포함되기 때문에 연초 실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동산 규제로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은 기업대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태 등으로 투자상품 판매로 수수료 이익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384조8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7.2%)과 전체 대출 증가율(5.7%)을 넘어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펀드는 안 팔리고 돈이 몰리는 정기예금은 마진이 없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며 "각 은행들이 기업여신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달리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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