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에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지원 강요 혐의
1·2심 김기춘 징역 1년 6월…2심은 직권남용 유죄 판단
대법 "직권남용은 유죄…강요는 무죄 취지 다시 심리해야"
[서울=뉴스핌] 이보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이 박근헤 정부 당시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강요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81)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강요 혐의 일부가 원심과 달리 무죄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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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이 날 대법원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2020.01.30 pangbin@newspim.com |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오전 11시 김기춘 전 실장의 상고심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에서 김 전 실장과 함께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던 조윤선(54)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 박준우·현기환 전 정무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제1차관, 오도성 전 국민소통비서관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은 "피고인들이 어떠한 이익 등 제공을 요구했다고 곧바로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때 불이익이 있을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의 진술은 그 내용이 주관적이거나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들의 요구가 지원 대상 단체와 단체별 금액을 특정한 구체적인 요구라서 단순히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한 원심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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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내렸다. 조 전 장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두 사람 모두에게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다만 1심과 달리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라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은 이 행위의 시발점이고 기획자, 기안자"라며 "이번 사건으로 전경련이 시민단체 자금 지원과 관련, 그 대상과 지원금액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율적인 판단과 심사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고 지적했다.
지원 명단을 작성하고 전경련 측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등 사건 전반에 관여한박준우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 역시 1심과 같이 각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에게 뇌물을 수수하고 2016년 총선에서 친박 의원을 당선시킬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으나 징역 2년 10월로 감형 받았다. 허현준 전 행정관도 징역 1년으로 감형됐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