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 등 4관왕을 석권하자 외신들이 영화가 탄생하게 된 한국 사회의 배경에 대해 저마다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기생충'은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라는 제목의 평론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역사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를 조명했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뉴스핌] 장주연 기자 =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의 주역들 2020.02.10 jjy333jjy@newspim.com |
WP는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봉준호 감독 및 배우 송강호 등과 더불어 지나친 자유주의자라고 간주되거나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평가받는 9000명 이상의 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은 예술을 위해 자유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WP는 한국 영화의 역사는 한국의 군부 정권부터 자유 민주주의까지 이어지는 역사와 운명을 함께 한다며, 검열이 들끓었던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대중문화가 꽃피우기 시작한 역사를 소개했다.
이어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 예산의 1% 이상을 예술 지원금을 책정하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원칙을 내세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시절 대학생활을 했던 봉 감독이 박찬욱 및 이창동 감독과 더불어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 부흥 정책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봉 감독은 2010년대 이명박과 박근혜 2명의 보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암흑기를 보냈다며, 이 전 대통령은 좌파 편향의 문화인들에 대한 공공 지원금을 끊는 식으로 앞길을 막았고 박 전 대통령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미국의 매카시즘 시절을 연상케 하는 검열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WP는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다면 '기생충'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테지만 현 정부는 이 영화를 받아들였다며 '기생충'이 4관왕을 석권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를 소개했다.
WP는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단점을 직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사회가 명작을 탄생케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로 '기생충'에 대한 평론을 마무리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