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선거개입' 송철호·백원우·박형철·한병도 등 13명 전격 기소
윤석열 총장, 이성윤 검사장 등 참석한 회의 열어
"법무부 강조한 '적법 절차'·'다양한 의견수렴' 따랐다"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 사건처리와 관련해 검찰 지휘부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협의' 형식으로 주요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기소를 강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 안팎에선 윤 총장이 법무부가 강조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소를 반대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건너 뛴 개별 지시가 아닌 회의 형식을 빌어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가 이번 기소를 문제 삼아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 카드를 꺼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핌 DB] |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송철호 현 울산광역시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기소는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 검찰 간부회의에서 결정됐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이성윤 지장으로부터 정기 주간업무보고를 받고 이번 수사 관련 지휘부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윤 총장과 이 지검장, 수사실무를 맡은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총장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 의견을 표명한 선거개입 사건 수사팀 의견에 찬성했으나 이 지검장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검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을 받는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핵심 사건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는 이르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팀은 1월 고위간부 인사에 이어 2월 3일 신봉수 차장 등 사건 핵심 지휘부와 실무진이 자리를 옮기는 상황에서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한다. 배용원 부장 등도 같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이들 의견을 반영해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를 최종 결정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연루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기소 반대를 주장했던 이 지검장을 건너뛰고 기소를 전결한 것과 달리 형식적으로나마 '협의'를 거쳐 사건 처리를 결정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법무부가 강조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의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이 지검장을 건너 뛴 윤 총장의 최 비서관 기소 지시에 대해 '날치기 기소'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청법 21조 2항을 근거로 수사팀에 대한 감찰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검찰 사건처리의 국민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검찰에서 시행 중인 부장회의 등 내부 협의체 또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는 등 다양한 의견 수렴과 조정을 통해 합리적 사건 처리가 이뤄지도록 하라"는 당부하는 공문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형사사건에서는 실체적 진실규명 못지 않게 절차적 정의가 중요하고 검찰이 사건처리 과정에서 검찰청법 및 위임전결 규정 등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윤 총장을 사실상 '저격'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최 비서관과 마찬가지로 기소를 직접 지시할 경우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지검장이 이미 28일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회의 형식을 통해 사건처리 방향을 최종 결정한 것을 두고 법무부에 '이성윤 패싱' 논란으로 자신을 직접 감찰할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윤 총장이 송철호 시장을 비롯한 문재인 대통령 측근을 대거 기소하면서 이번 정권과의 마찰은 다시 한 번 불가피할 전망이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