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기소 의견 보고했지만 이성윤 지검장 결재 안 해
법무부, 검찰에 "사건처리시 의견수렴 과정 거쳐라" 공문
尹, 추미애와 추가 갈등 전망…이성윤 업무보고 때 갈등 표출되나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팀이 사건의 핵심 관련인물인 백원우(53)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송철호(71) 울산시장 등 이번 정권 측근들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다시 한 번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수사 실무지휘자인 신봉수 2차장을 통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 관련 사건 처리 방향을 보고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핌 DB] |
수사팀은 2월초 인사이동을 앞두고 수사 중이던 사건을 일부 마무리짓기 위해 백원우 비서관과 송철호 시장, 박형철(51)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송병기(51)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에 대한 기소 의견을 공식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사 이동 이후에는 아직까지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49) 민정비서관, 황운하(57)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한 뒤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윤 지검장은 신봉수 2차장 등과 해당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했으나 같은날 밤 늦게까지 이같은 수사팀 보고에 대한 결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도 해당 사건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 등을 통해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는 대검을 비롯한 전국 66개 검찰청에 "검찰 사건 처리의 국민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부장회의 등 내부 협의체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라"는 공문을 하달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 못지 않게 절차적 정의가 중요하고 검찰이 사건처리 과정에서 검찰청법 및 위임전결규정 등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기소를 둘러싸고 발생한 윤 총장과 이 지검장 사이 의견 충돌을 직접 겨냥한 셈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무부는 지난 23일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급) 257명, 일반검사 502명 등 검사 759명에 대한 인사를 다음달 3일자로 단행했다. 사진은 이 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0.01.23 pangbin@newspim.com |
앞서 윤 총장은 이 지검장이 수사팀의 최강욱 비서관 기소 의견을 보고받고도 이를 승인하지 않자 송경호 3차장에게 기소를 직접 지시했다.
추미애 장관은 법무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날치기 기소'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수사팀이 검찰 업무 규정을 어겼다며 감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윤 총장이 다시 한 번 직접 기소를 지시할 경우 추 장관과 재차 대립각을 세우게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일선 청에 전달된 공문을 포석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29일 검찰청장에게 정기적으로 주간 업무를 보고하는 일정이 예정돼 있어 두 사람이 마주한 자리에서 갈등이 표출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위 의혹 첩보를 경찰에 하달해 이른바 '하명수사'를 지시하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나서 더불어민주당 단수 공천을 받은 송철호 시장의 선거전략 수립을 돕는 등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왔다.
이와 관련해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여러 차례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소환에 불응하다 29일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위 첩보를 경찰청을 거쳐 청와대로부터 하달받은 황운하 전 청장은 총선 출마 등을 이유로 검찰과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