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글로벌 메모리 칩 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의견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져 관심을 끌고 있다.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포함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 메모리칩 부품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칩 시장의 턴어라운드와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적극적인 베팅을 권고하는 모습이다.
연초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는 반도체 칩 관 섹터 주요 종목의 목표주가를 연이어 높여 잡고 있다. 지난해 60% 폭등하며 2009년 이후 최대 상승을 기록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다.
코웬이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목표주가를 50달러에서 70달러로 대폭 높였고, 서스퀘하나 파이낸셜 그룹은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45달러에서 80달러로 올린 한편 웨스턴 디지털의 목표주가 역시 55달러에서 9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의 본격적인 외형 성장과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첨단 IT 제품 개발에 기대 반도체 칩 업계가 성장 모멘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5G 시대가 열리면서 지난 2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회생하는 한편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관련 칩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재고 물량이 위축된 상황까지 맞물려 지난 15개월에 걸쳐 브레이크 없는 가격 하락을 연출한 메모리 칩이 강하게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렘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형 메모리 칩 가격이 1년6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 이미 반전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전자 부품 유통업체 퓨전 월드와이드의 토비 고너먼 최고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메모리 칩 재고 물량이 줄어들었다"며 "불과 3분기 전까지만 해도 두드러졌던 과잉 공급이 해소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 2개월 사이 칩 거래 증가가 뚜렷하다고 강조하며 가격 상승을 예고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타룬 파닥 이사는 "5G 이동통신의 본격적인 가동에 따라 올해 스마트폰 판매가 4% 가량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메모리 칩 시장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 진화 역시 반도체 업계에 훈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 밖에 페이스북과 아마존을 포함한 인터넷 기업들의 칩 재고 확대 움직임도 호재라는 진단이다.
이른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은 지난 2018년 2분기 정점을 찍고 종료, 이후 상당수의 업체들이 파산 위기를 맞으면서 통폐합이 이뤄졌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투자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계가 바닥을 찍고 반전을 이루고 있다"며 "지난해 관련 업체의 투자가 60억달러 급감하며 7년만에 후퇴했지만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웬은 보고서에서 "D램 시장의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며 관련 종목의 주가 향방을 낙관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1개월 사이 매출액 전망치를 두 차례에 걸쳐 상향 조정, 낙관론에 설득력을 제공했다.
미 투자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올해 낸드형 메모리 칩의 수요가 30~3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2021년까지 판매 호조와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