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주장한 신인석 위원 "통화정책 무력화 우려"
조동철 위원 "인하 필요하지만 다음 회의로 미루겠다"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17일 한국은행은 '2019년도 제2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11월29일 개최)'을 공개했다. 금리 동결 의견을 낸 일부 금통위원들은 올해 7월과 10월 금리인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추가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1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신인석 위원이 단독으로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10월 금리인하 이후 11월 동결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인하 소수의견이 얼마나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9.11.29 alwaysame@newspim.com |
공개된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를 동결한 금통위원 중 일부는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해 시사했다.
금리동결 의견을 낸 A금통위원은 실물경제 동향과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인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해 GDP갭의 마이너스 폭이 커지는데다, 인플레이션 갭도 커지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파급효과, 실효하한 등 이슈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조동철 위원으로 추정되는 B위원은 "거시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지만, 그 시점은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효과를 지켜보겠다는 지난(10월) 의결문의 취지를 존중하기 위해 다음 회의로 미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기회복을 견인할 정도록 확대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민간소비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우려했다.
C위원은 "대내외 구조적 요인으로 올해 내수부진이 심화했으나, 경제활동의 안전성을 고려할 때 최근의 두 번에 걸친 금리인하는 충분한 정책적 대응"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디레버리징을 추진해 금융불균형이 완화된 점은 레버리지를 확대한 우리나라와 대조된다"고 밝혔다.
D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는 상당폭 완화됐고 국내경제의 경기적 요인으로 인한 하방압력도 어느 정도 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위원은 "지난 7월과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여수신금리가 하락하고 시중유동성이 증가하는 등 금리인하 파급경로가 비교적 원활히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확대는 고위험 투자 확대와 일부 주택시장 불안정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신인석 위원은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을 언급하며 기준금리를 1.00%까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경기부진 및 물가부진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거론되고 있으나, 글로벌 가치사슬로 지칭되는 세계분업구조의 재편이 보다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이전지출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소비가 상당기간 정체됐던 패턴이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성장도 올해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 위원은 0%대로 낮아진 물가상승률이 내년 중상승기조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조만간 디플레이션으로 돌입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기준금리는 실질중립금리를 상회하고 있어 금리조정에 의한 통화정책이 무력화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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