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전공학생들, 한미일 원본영상 자극적으로 편집해 판매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음란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교 학생들이 부모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2일 보도했다. 이들은 고위 간부의 자녀이자 북한 최고명문대생인 탓에 '망신' 이상의 특별한 처벌은 받지 않았다.
평양시의 한 간부 소식통은 10일 RFA에 "지난 11월 말 평양시 동대원영화관에서는 성인녹화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김일성대생 4명과 졸업생 9명에 대한 공개재판이 진행됐다"며 "평양시 보안성이 주관했고 재판 대상자들의 부모들과 평양시 대학생들이 다수 참석했다"고 전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양각도국제호텔에서 바라본 평양 시내에 안개가 끼어 있다. 맨 뒤에 보이는 삼각뿔 모양 고층 건물이 류경호텔이다.2019.10.29 photo@newspim.com |
소식통은 "성인녹화물을 직접 제작해 평양 대학생들과 청년들에게 달러를 받고 판매하다 적발된 김일성대 학생들은 컴퓨터를 전공했다"며 "이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합성 동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기술이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은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들여온 영상이 담긴 SD카드를 입수한 후 더욱 자극적인 영상으로 편집해 비싸게 팔았다. 이들이 작업한 영상이 담긴 USB는 한 개에 100달러 이상에 판매된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성인녹화물 원본의 출처는 주로 해외를 출입하는 외교관 자녀들과 대사관 직원들이 SD카드에 숨겨 평양으로 귀국할 때 몰래 들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황색 비디오'로 불리는 음란 영상을 제작·유포하다 적발되면 교화소나 노동단련대에 끌려가는 등 가볍지 않은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재판에 회부된 대학생들은 약간의 정신교육만 받고 넘어갔다.
평양시의 한 소식통은 RFA에 "재판에 회부된 학생들의 부모는 대부분 평양시 당·사법기관에서 주요 직책으로 일하는 간부들"이라며 "워낙 높은 간부들의 자식이라 공개 재판에서는 대학생과 부모들에게 장문의 비판을 가하고 망신을 주는 것으로 처벌을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부모들은 재판에서 사회주의 본태와 배치되는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성인녹화물을 제작한 자녀들의 교양문제로 인해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며 "재판에서는 혁명의 계승자인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양을 한시라도 방관한다면 사회주의국가 존립과 발전에 만회할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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