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지난 3일 공개된 사람 얼굴 모양의 토기에 이어 신라시대 토지 관리와 연관된 신라 목간이 출토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9일 사람 얼굴 모양 토기의 아래에서 신라시대 목간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길이는 74.2cm에 이르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에서 수습 및 응급 보존처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목간 적외선 사진 [사진=문화재청] 2019.12.09 89hklee@newspim.com

이 목간은 지난 6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한 1차 판독 결과 굽은 나무의 표면을 다듬어 만든 총 6면에 걸쳐 약 94자가 새겨졌다. 이 중 2면은 글자를 연습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기록된 글자의 서체나 내용으로 보아 오늘날 경상북도 경산 인근의 토지 현황을 기록한 '6세 기대에 작성된 토지관리 문서 목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목간에 기록된 글자 중 곡(谷)과 답(畓), 제(堤) 등이 주목된다. 골짜기(곡)'를 배경으로 형성된 일정한 집단이었으며 둑(제)이 조세 부과와 연관됐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를 통해 골짜기와 둑을 중심으로 한 당시 지방 촌락의 입지, 농업 생산력 증대를 위해 축조한 제방과 그 주변에 자리하는 논의 존재, 그리고 그곳을 대상으로 조세를 숙취하는 중앙정부의 지배 양상을 동시에 엿볼 수 있게 됐다.

또 논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우리 고유의 한자인 답을 사용했다는 점과 이 밖에 조세 부과를 위한 토지 면적 단위는 결(結)이나 부(負)를 사용했다는 점도 밝혀졌다. 결은 토지 면적 단위 중 하나로 삼국시대의 1결은 대략 1만5400㎡로 추정된다. 1부는 대략 154㎡로, 100부가 1결이다.

한국 고유의 한자인 답은 종래에 창녕 신라 진흥왕 척경비(국보 제33호, 561년 건립)에 처음 등장한다고 여겨졌는데 목간에 등장하는 답을 통해 목간의 제작 연대도 비슷한 시기임을 추정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수습 중인 목간 [사진=문화재청] 2019.12.09 89hklee@newspim.com

토지 면적 단위인 결과 부는 지금까지 삼국통일 이후 사용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번에 발견된 목간을 통해 그 사용 시기를 세기까지 올려볼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당시 신라의 지방 지배와 토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활동 논의를 진전시킬 중요한 자료를 확보한 점에서 이번에 출토된 목간은 한국고대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현재 목간은 1차 판독이 완료된 상황으로 관련 학계와 함께 추가적인 판독 및 연구 과정을 거쳐 목간에 대해 더 다양한 해석과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들의 고고학적인 분석과 함께 자연과학적 분석을 실시하고 주변 유구와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 명확한 성격과 시기 등을 밝혀 다시 공개할 예정이다.

발굴조사 현장은 오는 11일 오후 2시 공개한다. 지난 3일 공개한 사람 얼굴 모양 토기는 물론 함께 출토된 다른 토기도 볼 수 있다. 목간은 유물의 안전을 위해 실물이 아닌 적외선 사진 등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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