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레포 시장에 또 이상기류가 번지고 있다.
단기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은 것. 연말 자금 수급이 꼬이면서 지난 9월 레포 금리가 10%까지 치솟았던 발작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가 확산되고 있다.
달러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
미 통화 당국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금리가 들썩이자 월가의 일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미국 단기 자금 시장이 이미 망가졌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6일(현지시각) 커버처 증권에 따르면 미국 레포 금리가 3.95%까지 치솟았다. 수치는 지난달 초 3%에서 큰 폭으로 뛰었다.
레포 금리는 환매 조건부 채권 매매를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을 의미하고, 미국 단기 자금시장의 바로미터에 해당한다.
연말을 앞두고 기업과 금융권의 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났지만 은행권이 여신 제공을 꺼리면서 레포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자금 수급에 교란이 일어나면서 지난 9월 레포 금리는 10%를 터치, 월가를 크게 긴장시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연일 시장 개입에 나섰고, 약 2개월 사이 방출한 유동성이 3200억달러에 이른다.
정책자들은 레포 금리를 기준금리인 1.50~1.75%와 같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또 한 차례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에 강한 경계감을 내비치고 있다. 야누스 헨더슨의 닉 마루토스 글로벌 채권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9월과 흡사한 레포 금리 폭등이 연말 다시 벌어질 수 있다"며 "당시보다 심각한 패닉이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의 조프 앨런 레포 트레이딩 헤드는 "대규모 시장 개입에도 레포 금리가 안정을 찾지 못하면 연준 정책자들에게 커다란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며 "연말 시장 혼란이 가시화되면 1월까지도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연말 레포 금리 급등은 지난해에도 발생했다. 12월 하순 2.8% 선에서 거래됐던 금리가 31일 6%까지 뛴 것. 최근 금리는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치를 훌쩍 넘어선 만큼 연말 자금시장 리스크에 대한 월가의 긴장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9월 발작 이후 연준의 시장 개입이 없었다면 레포 금리가 이미 10% 선까지 다시 치솟았을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자금시장의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데 투자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레포 시장의 작동이 근본적으로 망가졌다는 지적이다.
시카고 소재 비안코 리서치의 제임스 비안코 대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유동성 방출은 임시 방편일 뿐 중장기적인 해법이 아니다"라며 "레포 시장은 구조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미 정책자들도 자금시장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연준으로부터 레포 시장 움직임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고, 수 차례에 걸쳐 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을 놓고 논의를 가졌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