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대 석유 업체 사우디 아람코의 공모가가 예상치의 상단인 주당 32리얄(8.53달러)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아람코는 사우디 국내 타다울 증시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총 256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4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사상 최대치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유전에 위치한 아람코의 석유탱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뿐만 아니라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아람코의 기업 가치는 1조700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아람코는 시가총액 1조달러를 밑도는 애플을 제치고 세계 최대 기업에 랭크된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람코는 4일까지 진행된 공모주 청약 결과를 토대로 공모가를 주당 32리얄로 결정했다.
이는 당초 제시됐던 예상치인 30~32리얄의 상단에 해당한다. IPO 규모는 256억달러로 5년 전 알리바바가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250억달러를 웃돈다.
다만, 아람코의 전체 지분 가운데 1.5%, 30억주 국내 상장을 추진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당초 기업 가치 2조달러를 목표했지만 실제 결과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아람코의 IPO가 '소문'만큼 블록버스터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람코는 다음주 로드쇼를 거쳐 오는 11일부터 사우디의 타다울 증시에서 거래를 개시한다. 청약 열기는 후끈 달아 올랐다.
영업이익이 애플의 3배에 달하는 석유 공룡 업체의 주식을 손에 넣으려는 투자자들이 홍수를 이루면서 공모주 청약 자금이 600억달러 이상 몰렸다.
아람코의 IPO 자문사인 삼바 캐피탈은 공모주 청약 물량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의 비중이 10.5%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번 IPO는 아람코 지분을 매각해 사우디 경제의 원유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4년간 프로젝트의 첫 결실에 해당한다.
아람코의 상장은 2018년으로 계획됐지만 기업 가치를 둘러싼 논란과 기업 공개로 인한 재무 정보 공개에 대한 부담, 여기에 자말 카슈끄지 칼럼니스트 암살에 따른 투자 심리 냉각으로 지연됐다.
지난 9월에는 주요 생산라인을 강타한 드론 공격으로 원유 생산이 50%까지 급감, IPO가 또 한 차례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아람코는 위기를 이겨냈다.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내고 "아람코의 재무건전성이 커다란 강점이지만 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저조한 이익 성장이 상장 이후 주가에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IPO 직후 아람코의 주가 향방이 추세적인 흐름의 열쇠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증시 입성 이후 상승 흐름을 탈 경우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기관들의 '사자'가 몰리면서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아람코의 해외 IPO는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