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납세기록 등 대량의 개인정보와 비밀정보가 담긴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청의 하드디스크(HDD)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6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유출된 하드디스크들은 데이터 삭제가 불완전한 상태로 인터넷 옥션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하드디스크 중엔 데이터 용량이 27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신문은 "정보유출 사례로는 전세계에서도 드문 규모"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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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등에서 사용된 하드디스크는 원칙적으로 데이터를 복원할 수 없도록 전문 업체를 통해 폐기된다. 저장됐던 방대한 자료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옥션에 판매됐던 하드디스크는 최소 9개로, 세로 15㎝·가로10㎝·두께2.5㎝의 크기였다. 이 가운데엔 보관된 데이터 용량이 27TB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이는 이미지파일이 첨부된 메일 1통을 3MB(메가바이트)라고 할 경우 900만통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가나가와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하드디스크는 현청 내 각 부서의 정보를 보관하던 공용서버에서 사용되던 것들이다. 여기엔 법인명이 기재된 세무조사 통지나 개인명과 주소가 기재된 자동차세 납부기록, 기업이 제출한 서류, 현 직원의 업무기록과 명단도 포함돼 있다.
판매된 디스크는 가나가와현이 '후지쯔(富士通)리스'에서 빌려 사용하던 것으로 올 봄 교환시기를 맞아 서버에서 분리됐다. 후지쯔리스는 현과의 계약에 근거해 하드디스크들을 데이터를 복원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전문기업 '브로드링크'에 위탁했다. 후지쯔리스 측은 해당 회사에 하드디스크를 파기해 작동되지 못하도록 폐기하거나, 데이터를 완전 제거해달라고 했다.
현에서 브로드링크에 인도된 시점에서 하드디스크는 한 차례 초기화된 상태였다. 하드디스크는 도쿄 내에 있는 브로드링크 시설에 보관됐지만, 데이터 삭제 작업 담당자가 일부를 빼돌려 인터넷 옥션 사이트에 출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된 하드디스크 9개는 IT기업을 경영하는 남성이 일에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 이 남성은 하드디스크 사용 전에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내용을 확인했고, 이 때 데이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가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하자 가나가와현의 행정문서로 보이는 대량의 파일이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은 남성으로부터 정보 제공을 받아 11월 27일 현 측에 정보유출 가능성을 지적했다. 현 측은 하드디스크에 기록된 제품번호를 통해 해당 하드디스크들이 현 서버에서 사용됐던 실물임을 확인했다.
후지쯔리스 측은 "현 시점에서 코멘트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브로드링크 관계자는 유출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현 시점에서 상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브로드링크의 웹사이트에는 '주요 거래처'로서 복수의 대형은행과 대기업 외에도 최고재판소, 방위청 등이 기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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