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회담…"중국은 다자주의 이념 견지"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5년 만에 공식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4일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내정 불간섭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난 왕 국무위원은 모두발언에서 "중국은 시종 일관되게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평화 외교정책을 시행하고 나라가 크든 작든 모두 평등한 것을 강조하고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외교부를 예방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왕이 부장은 지난 2016년 사드 배치로 한중 갈등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방한했다. 2019.12.04 kilroy023@newspim.com |
◆ 왕이 "세계 안정 가장 큰 위협은 패권주의"
왕 국무위원은 이어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책임있는 나라들과 함께 다자주의 이념을 견지하고 공평과 정의의 원칙을 지키고 굳건하게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를 수호할 것"이라며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질서와 세계무역기구(WTO)를 초석으로 하는 다자무역 체제를 굳건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국무위원의 발언은 특정 국가를 지목해 비판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자국 우선주의의 모습을 보이는 미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데 이어 '홍콩인권법', '위구르법' 등으로 중국의 내정을 간섭한다는 중국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왕 국무위원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을 반대하고,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고,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현재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가 현재 국제질서를 파괴하고 패권주의 행위가 국제관계 규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은 한국을 향해선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이며 파트너로 우리 사이에 반드시 새로운 공동 인식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기대를 모은 주제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는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거론하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12.04 kilroy023@newspim.com |
◆ 강경화 "한중관계 미진한 부분 논의"
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그간 양국관계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성과를 평가하고 다소 미진한 부분에 대해 개선·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강 장관이 '미진한 부분'을 언급할 때 왕 국무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국립외교원 주최 국제문제회의 기조연설에서도 "관광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며 양국 교류 정상화 의지를 드러냈다.
강 장관은 또 "지역, 그리고 세계정세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중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대해 양국 정상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측이 활발한 고위급 교류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려는데 서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과 왕 국무위원은 이날 회담에서 교류 활성화 방안과 경제·환경·문화·인적교류 증진 구상,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 지역 및 국제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왕 국무위원의 방한은 지난 2015년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이후 약 4년 8개월 만이며, 2017년 한국에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된 이후 처음이다. 이에 사드 문제로 냉각된 한중관계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왕 부장은 이날 저녁 강 장관과 만찬을 함께한 뒤 오는 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는 2014년 7월 방한 이후 한국을 찾지 않고 있는 시 주석의 방한 관련 논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