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학생들의 독해력 성적이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OECD가 전날 발표한 PISA 2018 결과 일본 학생들의 독해력 수준은 지난 2015년 8위에서 15위로 하락했다. 신문은 "인터넷 상의 텍스트를 독해하는 능력과 근거를 찾아 서술하는 자유기술형식 문항에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고력과 표현력의 침체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사진=NHK 캡처] |
PISA 조사는 각 국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3년에 한 번씩 시행되며, 학생들의 독해력과 수학, 과학 성취도를 비교하기 위한 조사다. 올해엔 79개국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일본에선 183개교의 고등학교 1학년 약 6100명이 참가했다.
독해력의 경우 문장과 자료의 정보를 이해·평가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검사하는 영역으로, 이번 조사에서 일본의 점수는 504점으로 지난 조사보다 12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측은 "오차범위 하락이 아닌 이유가 있는 학력 저하"라고 판단했다. OECD 독해력 평균은 487점이었다.
독해력 평가는 웹사이트나 기고문, 전자메일 등 다양한 형식의 디지털 텍스트를 활용해 이뤄졌다. 시험은 인터넷 상의 정보를 읽고 비교하는 문항과 제시된 정보가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분별하는 문항 등으로 구성됐다. 시험은 컴퓨터로 객관식 선지를 클릭하거나 직접 문장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본 학생들은 인터넷 상 정보를 활용하는 문제에서 약점을 보였다. 가령 전자레인지 안정성 확인을 위해 필요한 정보가 있는 웹사이트를 찾는 문제에선 정답률이 56.1%로 OECD평균(59.2%)를 하회했다.
자유기술문항의 경우는 특히 심각했다. 제조기업의 선전 사이트와 인터넷 상 잡지 기사를 비교해 정보의 질과 신빙성을 평가하는 자유기술문항은 정답률 8.9%로 평균(27.0%)을 한참 밑돌았다. 이 문항은 자신이라면 어떻게 판단할지 근거를 제시해 설명하는 문항이다.
일본 학생들의 독해력은 지난 2009년, 2012년 조사에선 순위가 상승했지만 지난 2015년 조사땐 하락했다. 문부과학성은 이번 하락에 대해 "종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며 △일본 학생들이 컴퓨터를 사용해 답변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점 △SNS 보급으로 장문을 읽을 기회가 줄어든 점을 언급하며 "언어 환경이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학습에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수업에서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도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이며, 초중고교의 PC 수는 학생 5.4명 당 1대, 교실의 무선 LAN 보급률도 40%에 지나지 않는다.
이 외에 경제적 격차도 독해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 경제력을 4단계로 나눠볼 경우, 가장 빈곤한 층에 속하는 학생 4명 중 1명 이상이 독해력에서 최하위 수준을 성적을 기록했다.
일본 학생들의 과학 부문 평균점도 529점(평균 489점)으로 2위에서 5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수학 역시 527점(평균 489점)으로 5위에서 6위로 소폭 하락했다. 세 분야 모두 순위가 내려갔지만 최상위권은 유지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