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5일 '간호사 사망사건'이 계기
서울의료원 혁신대책위원회, 혁신방안 발표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서울의료원이 간호사 인력을 증원하고 감정노동보호위원회를 신설한다. 제2의 간호사 사망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서울의료원은 단기 개선뿐만 아니라 중장기 발전까지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의료원 혁신대책위원회는 2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의료원 5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장유식 서울의료원 혁신위원장.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2019.12.02 kmkim@newspim.com |
13명으로 구성된 서울의료원 혁신위원회는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사항을 효과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책으로 제시하기 위해 두달 간의 논의 등을 거쳐 마련했다.
5대 혁신 과제의 주요 내용은 ▲인사‧노무 등 혁신적 조직‧인사 개편 ▲간호사 지원전담팀 확보 등 행복한 일터 조성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 등 직원 어려움 해결하는 일터 조성 ▲고인의 예우 추진 및 직원 심리 치유 ▲장기적 공공의료 혁신 등이다.
먼저 서울의료원은 인사팀·노사협력팀 신설 등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39개 직종별 업무특성을 고려해 인사 배치가 이뤄지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인사 고충을 경청할 수 있도록 관련 조직을 혁신한다.
직원 후생과 정신건강, 노사협력 등의 기능도 강화하고 전담노무사도 배치한다.
실 근로 시간과 직종, 직무 등을 고려한 임금 체계 개편과 노동 시간 단축도 추진한다. 직무 분석을 통해 적정한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도록 컨설팅 용역도 시행하고 노사 협의를 통해 출퇴근 시간 확인 시스템을 도입해 '워라밸(work-life balance)'를 적극 추진한다.
기존 인력의 업무가 가중되는 구조도 개선된다. 이를 위해 공공병원 최초로 경력 간호사로 구성된 30명 이내의 간호사 지원전담팀을 운영한다. 간호사 지원전담팀은 선임 간호사의 업무 부담과 병가, 휴가 등 인력 공백을 완화하고 신규 간호사의 업무 적응을 지원한다.
간호사 근무표 개선위원회 신설하고 업무공간 재배치, 간호사 인력 증원, 간호사 1개월 무급휴가, 3교대 근무자를 위한 주거 공간 제공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직원들이 겪을 수 있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예방을 위한 표준 매뉴얼을 개발하고 '감정노동보호위원회'도 신설한다.
감정노동보호위원회는 갈등, 심리, 정신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전담 인력을 배치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접수와 처리, 상담, 조사, 구제, 재발 방지 등을 도울 예정이다.
아울러 고 서지윤 간호사에 대해 순직에 준하는 예우를 추진한다. 유족 의견을 수렴한 '추모비 설치' 권고에 따라 서울의료원장이 검토‧추진한다. 유족이 산재 신청을 원할 경우엔 필요한 행정 절차 등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키로 했다.
이 외에 직원들의 심리 치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론 직원들이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력개발 교육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안정적인 의료 제공을 위한 '신규 입사자 및 복직자 양성교육'을 강화한다.
장유식 서울의료원 혁신위원장은 "활동기간 동안 서울시가 전국 공공의료의 모범이 될 수 있는 문제 해결 의지와 적극적 협조를 볼 수 있었다"며 "이번 서울의료원 혁신안이 제대로 실행 돼 '공공병원 혁신' 사례가 앞으로 다른 시립 병원에도 잘 확대되고 전국에 전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서 간호사는 지난 1월 5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말 행정병동에서 간호행정부서로 부서를 옮기고 약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서 간호사는 '병원 직원에게 조문도 받지 말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사건으로 시민대책위원회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지난 3월 서울시의 위촉을 받아 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위는 서 간호사 사망 사건의 원인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 짓고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34개 권고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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