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 경제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는 가운데 기업과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고 지방은행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속출하는 등 중국 경제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도덕적 해이와 무모한 지출을 조장하지 않으면서 경제를 부양해야 한다는 매우 어려운 균형 잡기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디폴트 위기에 처한 은행들의 구제나 경기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틸튼은 "중국 정책입안자들은 경제 좌초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 리스크가 늘어나고 경제성장이 한층 둔화되면서 정책입안자들이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 국기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지방기업과 소형은행 디폴트 리스크 급증
가장 시급한 문제는 소형 은행과 지방 정부 소유 기업들의 재정 건전성 악화다. 이 문제는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해결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국유 종합상사인 톈진물산집단(Tewoo Group·테우그룹) 채무조정에 나서 톈진에서 금융대란 우려를 높였다.
또한 지난 5월 중국 당국이 네이멍구의 한 소형 은행을 파산시키고 일부 채권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 이로 인해 소형은행들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해 뱅크런 사태가 속출했고, 결국 당국이 개입해 최소 두 차례의 뱅크런을 무마하고 두 차례 구제금융에 나서야 했다.
지방 국유기업과 지방 은행들은 서로 채무관계로 얽히고설킨 관계다.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면 단 한 곳의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파장을 일으켜 대규모 디폴트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번 주 발표한 연례 금융안정성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4400개 은행 중 586곳이 '고위험'으로 분류됐다.
◆ 기업과 가계 부채 급증
보고서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가 2017년 93.4%에서 2018년 99.9%로 뛰었다. 또한 인민은행과 여타 규제당국들은 과도한 기업 부채에 대해 오랫동안 경고해 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 기업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65%로 사상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현재로서는 중국 정책입안자들이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고 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 이번 주 중국 정부가 발행한 60억달러의 달러화 채권에 많은 수요가 몰렸고, 중국 증시의 변동성도 2018년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민은행과 여타 당국들은 재정 건전성이 나쁜 은행들에 자본금 확충, 부실대출 청산, 배당 축소, 경영진 교체 등을 강제하고 소형 은행들 간 합병을 유도하는 등 디폴트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 명확한 이유 없이 홍콩 증시가 2.6% 급락하며 본토 증시도 동반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을 여전히 경계하게 만드는 신호는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 정부 차원의 빚 늘이기도 우려
이 가운데 중국 정부는 경제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채권을 대량 발행하고 있다. 지난 27일 중국 재정부는 지방정부들에 인프라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정책입안자들이 당면한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채권을 발행해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내고 금융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채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마이클 페티스 북경대학 교수는 "중국 정부는 시장 규율을 회복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그럴 때마다 나타나는 부작용에 깜짝 놀라 다시 뒷걸음질 치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시장은 더욱 왜곡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고통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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