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아시아 달러화 표시 채권시장의 유동성 흐름에 이상 기류가 뚜렷하다.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디폴트가 꼬리를 무는 가운데 정크등급 회사채의 미 국채 대비 프리미엄이 1000bp(1bp=0.01%포인트)를 훌쩍 넘었다.
달러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
이른바 부실 채권으로 분류되는 물량이 600억달러로 늘어났고,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아시아 지역의 달러채 디폴트가 크게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내년 만기 도래하는 투기등급 달러화 표시 채권이 15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 그림자 금융의 발작부터 중국 기업의 연이은 디폴트까지 이미 신용시장에 한파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일부 회사채의 수익률은 15% 선을 뚫고 올랐다.
유동성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들 사이에 회사채 차환 발행이 간단치 않다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중국 건설업체부터 인도네시아의 광산업체, 그림자 금융에 의존하는 인도 기업들까지 내년 달러채 디폴트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다.
중국 반도체 칩 업체인 칭화 유니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의 IT 부문 야심을 배경으로 탄생한 업체는 지난해 9000만달러 적자를 냈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2016년 59.1%에서 2017년 62.1%, 2018년 73.4%로 급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칭화 유니그룹의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공격 매도했고, 채권 만기 연장이 절실한 상황에 가격이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한 때 중국판 JP모간으로 통했던 차이나 민생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올해 중국 최대 달러채 디폴트를 낸 데 이어 내년 20억달러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아시아 지역의 하이일드 채권 디폴트율이 올해 1.7%에서 내년 3.0%로 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금융당국이 이른바 좀비 기업의 퇴출과 부채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는 데다 투자자들의 정크본드 매입 열기가 한풀 꺾인 만큼 신용시장이 강한 적신호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씨티그룹은 인도의 그림자 금융 위기가 내년 한층 고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은행 금융권의 유동성 경색이 더욱 악화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아시아 기업 구조조정 컨설팅 업체인 알바레즈 앤드 마살 아시아의 론 톰슨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레버리지가 한계 수위"라고 강조했다.
일부 헤지펀드는 아시아 신용시장 혼란을 겨냥, 부실 채권 펀드 모집에 나섰다. 홍콩 소재 더블 헤븐 캐피탈이 특히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업체는 아시아 지역의 부실 채권 규모가 6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기 위한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디폴트 우려와 이에 따른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가격이 액면가 1달러 당 50~70센트까지 떨어진 채권을 매입해 차익을 거둔다는 계산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