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달러‧위안화가 경제 중심으로 부상
주민들 "외화 유통 막아서 빼앗으려는 것 아니냐"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부 주민들에게 '북한 화폐를 소홀히 다루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북한 주민들은 '당국이 외화부족에 시달리자 주민이 보유한 외화를 빼앗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를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초 '평양 중앙은행으로 들어간 대량의 북한 지폐가 파손됐다'는 보고를 받고 '북한 돈을 소중히 하라', '손상된 낡은 북한 지폐를 교환할 때 손상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라'는 등의 지시를 주민들에게 내렸다"고 보도했다.
[평양=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7월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의 혼합경기를 평양 주민들이 관람하며 응원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이와 관련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돈은 더 이상 가치가 없고, 외화가 거의 생계벌이 수단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당국의 지시에 주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로 대표는 "평양에서는 거의 미국 달러가, 북부 지역의 양강도‧평안북도‧함경남도‧함경북도 등에서는 중국의 위안화가 중심이 돼서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며 "북한 돈은 국가계획 관련 사업 등을 책정하고 정부나 노동당 기관 직원의 급여 지급 등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소홀히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북한 돈은 가치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그래서 북한 돈도 소중히 하지 않는 것"이라며 "심지어 주민들이 부업으로 외화를 벌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 당국이 석탄 수출 등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차질이 생기지 않았느냐"며 "주민들도 '당국이 외화 사용이나 유통을 단속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 '내가 보유한 외화를 몰수하려는 꼼수가 아니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