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11월1일 공식 취임을 앞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신임 총재가 등판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마라오 드라기 전 총잭 8년간 유로존의 '소방수'를 자처하며 경기 부양의 해법으로 내놓은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놓고 19개 공동통화존 곳곳에 회의론이 번지고 있기 때문.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CB를 본보기로 앞세우며 연방준비제도(Fed)에 제로금리 제도 복귀를 압박하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유로존 주요국의 통화 정책자들이 일제히 마이너스 금리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매파로 통하는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물론이고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통화완화 정책을 강하게 지지했던 이탈리아 중앙은행까지 마이너스 금리가 인플레이션과 성장을 부양하는 데 실패했고, 자산 버블을 포함한 심각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0.8%로, ECB 정책자들의 목표치인 2.0%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 특히 덴마크와 스위스의 인플레이션은 각각 0.5%와 0.1%에 그쳤다.
2014년 6월부터 5년 이상 지속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기대했던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독일과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비전통적 통화완화 기조가 실물경기를 살려내지 못하는 동시에 자산 버블과 고위험 레버리지를 부추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벨기에 중앙은행 역시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종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드라기 전 총리의 행보를 지지했던 이탈리아 중앙은행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기존의 정책이 더 이상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없다는 한계론이 확산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역시 마찬가지. 스웨덴 중앙은행은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런던 소재 악사의 길리스 모크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날로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며 "이른바 비둘기파 정책자들조차 이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황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라가르드호(號)가 출범하기에 전에 암초를 만난 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임 총재 지명 이후 수 차례에 걸쳐 통화완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던 라가르드 내정자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크게 의지할 것으로 보이는 정책 수단을 동원하기 어려운 여건이 형성된 데다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 주요국이 재정 측면의 부양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UBS를 포함한 주요 투자은행(IB)은 라가르드 총재가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난제를 떠안았다며 앞으로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한편 이날 미국 연준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50~1.75%로 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세 번째 '매파' 금리인하와 함께 '미국 경제의 확장 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일는 문구를 삭제, 중기 조정을 종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