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학회, 전문가 의견 식약처 통해 전달
이대호 교수 "사람 대상 안전성 담보 못 해" 지적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사람에게 항암제로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암 치료 기회를 놓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펜벤다졸을 사용해 암을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업로드 되면서, 동물용 구충제를 실제 사람에게 항암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8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사용하는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식약처에 전문가 단체로 의견을 전달한 대한암학회 역시 동물구충제를 항암제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의미 없는 이야기며,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암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동물용 구충제의 약물 기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기전이면 항암제로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이미 30년 전부터 알려져 있던 기전"이라고 지적했다.
동물 구충에 사용되는 기전이 내부에서 작용하는 것이 항암제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환자들이 받아들여, 동물구충제를 항암제로 사용해도 된다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미 이 기전을 사용한 사람용 구충제도 있지만 그 약을 항암제로 쓰지는 않는다"며 "그런데 새로운 것이 발견된 마냥 쓰는 것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펜벤다졸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했다.
앞서 식약처도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결과"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 교수는 "개와 사람은 종이 다른데 펜벤다졸은 인간에게 임상시험을 한 바 없다. 사람에게 어떻게 작동할지도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잃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전했다.
이 교수는 "소셜미디어에서 모든 자료를 보여주지 않으며 변수도 알려주지 않는데, 이는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펜벤다졸을 복용한 경우 간독성이 발생했다는 해외 보고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물구충제를 항암제로 사용한다지만, 그러다 옆에 떠내려가는 통나무를 놓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암환자라고 해도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등의 치료기회가 있을 수 있는데, 동물구충제를 사용한다면 그동안 치료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동물의약품으로 허가가 된 펜벤다졸을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동물구충제 문제의 경우 허가 외 사용이 아니라 동물용 의약품을 사람용으로 사용한 것이 문제"라며 "암학회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사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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