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통' 수은 행장직에 '예산통' 낙점…전문성 우려 제기
'코드 인사' 논란도…"금융 경력보다 정권과 친분 영향" 분석도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수출입은행장에 방문규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임명됐다. 그간 수은 행장에 '국제금융통' 인사가 중용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와 무관한 '예산통' 방 신임 행장 임명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로선 참여정부 당시 문재인 대통령, 대표 친문(親文) 인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의 함께 근무한 인연이 '깜짝 발탁'의 배경으로 분석되는 상황. 이른바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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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방 행장은 전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이날 공식 임명됐다. 방 행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 이후 기재부에서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제2차관 등을 거친 '예산통' 관료로 꼽힌다.
방 행장 발탁을 두고 금융권에선 '의외'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두 달 여간 이어진 하마평에서 전혀 거론된 적 없던 인물인 데다 전임 수은 행장들과 달리 이렇다 할 '금융' 경력이 없어서다.
특히 방 행장의 국제금융 경력은 세계은행에 파견 나간 3년이 전부다. 전임자인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커리어 대부분을 국제금융 분야에서 보낸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그간 하마평에 올랐던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등 역시 대표적 '국제금융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 행장의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방 행장에 대해 "수은 업무의 대부분이 국제금융과 관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깜짝인사'가 아닐 수 없다"며 "관료 커리어의 대부분을 예산 쪽에서만 보낸 만큼 국제금융에 대한 감각이 우려스럽긴 하다"고 전해왔다.
'코드 인사' 논란도 나온다. 방 행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수은 노조 등에선 방 행장 임명을 두고 금융 부문에 대한 경력이 짧은 예산통 관료임에도 불구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인물인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란 의구심을 던진다.
실제 수은 노조는 이날 첫 출근 후 취임식을 진행하려고 했던 방 행장을 겨냥해 '무자격 깜깜이 인사 수은인은 분노한다'란 표어를 앞세우고 출근 저지에 나섰다. 때문에 방 행장은 이날 수은 행장으로서의 첫 공식 일정을 외부에서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와 기재부 사이의 '힘겨루기' 끝에 제3의 인물인 방 행장이 발탁됐을 것이란 추론도 있다. 갈등 구도가 장기화돼 수은 행장 자리가 장기 공석이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기재부와 청와대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카드로 제 2의 선택을 했다는 것.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수은-산은 통합론이 제기된 이후 어수선한 수은의 내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행장직을 장기간 공석으로 두기 어렵다"며 "제청권을 갖는 기재부와 임명권을 갖는 청와대가 방 행장을 접점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초 기재부는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차기 수은 행장으로 제청했지만, 청와대에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막판 강하게 밀어부치며 두 기관 사이에서 갈등 양상이 빚어졌다.
하지만 최 사장이 홍남기 기재부 장관과 한양대·행시 동기인 탓에 일각에선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됐고, 윤 전 경제수석은 검증과정에서 일부 결격사유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두 인물 모두 수은 행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