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객수수료 경쟁→비용지출→수익 악화 '악순환'
서울 시내 면세점 13곳.. 11월 3곳 늘어 '경쟁치열'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면세사업 후발주자들이 잇따라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기존 강자인 롯데와 신라면세점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지만, 이들 역시 최근에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30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한화에 이어 두산이 두타면세점 면세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6년 5월 개점한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두타면세점은 특허권 반납 후 세관과 협의해 영업종료일을 결정하게 되며 그때까지는 정상 영업한다.
두타면세점의 철수는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2018년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단일점 규모로 사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로 특허권을 반납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화 역시 지난 9월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 3년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버티는 곳들이 있다"며, "얼마나 버티는지가 관건이지, 다음 타자 여부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얘기가 업계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들려온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전경.[사진=신라면세점 제공] |
◆ 송객 수수료 비용 느는데 면세 특허권은 자꾸 늘어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회복세를 보이며 면세점 매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면세업계 수익성은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54만135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 늘었다. 올해 1~9월까지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444만108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1% 증가했다.
이에 따라 9월 기준 면세점 매출도 2조242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8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1.8% 증가한 수치다. 이중 외국인 매출액은 1조92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1%나 증가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 매출에도 면세점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면세점 실적이 개선돼야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추진이 가능한 상황인 롯데그룹 관계자는 "면세부문 수익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매출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수익성 개선은 아직"이라고 말했다.
면세 업력이 탄탄한 호텔신라의 3분기 면세사업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2% 신장한 1조3386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45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데 대해 '과당 경쟁'을 이유로 꼽았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최근 사업 철수를 결정한 한화와 두산을 포함해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 HDC신라(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SM면세점(하나투어)를 선정했다. 또 이듬해인 2016년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로 내줬다. 시내 면세점 수가 6곳에서 13곳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이 이전보다 치열해졌다.
면세점 매출은 급증했지만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 등 지출이 늘어나면서 비용이 커져 수익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의 송객수수료(고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2015년 5630억원에서 지난해 1조3181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 면세점의 송객수수료는 636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탑승동 75번 매장 [사진=신세계디에프] |
◆ 면세사업은 유통업력 필요한 구조… 특허권 남발 지적도
우려했던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됐다. 면세점은 초기 투자비용이 큰 데다, 상품 소싱 및 재고관리 등 전문성이 필요한 산업이다. 정부는 매출 효과만 보고 무분별하게 특허권을 남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다음 달에도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이 예정돼 있어 면세점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5곳(서울 3곳·인천 1곳·광주 1곳)을 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만 총 16곳의 면세점이 운영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유찰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이 잇따라 철수하는 상황에서 중소·중견면세점의 상황은 더욱 녹록치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SM면세점은 2017년 275억원, 지난해 13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동화면세점도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이 그룹 주력이 아닌 곳들이 최근 면세사업에서 손을 뗐다"며, "면세는 직매입 구조로 바잉파워(구매력)가 중요하다. 많이 사와야 가격을 낮추고 또 많이 팔수 있어서 자본력과 제품 소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주력 사업이 아닌 곳들이 이 작업을 하기에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발 주자 가운데 자리 잡아가는 곳은 신세계 뿐인데, 이는 그룹 전체의 역량이 유통사업이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수수료 비용을 경쟁적으로 쓰고 있는데, 다음 폐점 사례는 '우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과당경쟁을 지양해 수익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이 사업을 접는 자리에 현대백화점그룹이 사업성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북에 사업장이 없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두산은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에 두타의 사업장을 바탕으로 신규 입찰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고, 양측은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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