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연초 이후 경기 침체 경고에도 자산시장이 동반 상승 흐름을 연출하는 가운데 팔라듐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과 유럽을 필두로 주요국의 환경 규제가 날로 강화되는 데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IT 부문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팔라듐 가격 역시 추가 상승할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테슬라 [사진=블룸버그] |
헤지펀드를 필두로 투기 거래자들이 팔라듐에 공격적으로 베팅, 최근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가운데 월가는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팔라듐 가격이 이달 들어서만 5% 가량 급등했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상승률은 45%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저점을 기준으로 팔라듐 가격은 14개월 사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팔라듐 소비의 80%를 차지하는 자동차 업계의 수요가 배경으로 꼽힌다.
올들어 팔라듐의 상승률은 주식과 채권, 상품 등 주요 투자 자산 가운데 최고의 성적에 해당한다. 팔라듐은 최근 온스당 173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1730달러 아래로 후퇴한 상황.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자산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측면을 빼놓을 수 없지만 이 밖에 팔라듐의 경우 수급 구조가 강력한 상승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런던 소재 금속 트레이더인 존슨 매티에 따르면 팔라듐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수요가 공급을 웃돌았고, 이 같은 상황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들과 신생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앞다퉈 뛰어든 데 따른 결과다. 유럽을 필두로 중국까지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전기차 생산이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팔라듐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금속 상품 컨설팅 업체인 메탈스 포커스는 올해도 팔라듐 시장이 61만7000온스 가량 공급 부족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약 1000만온스의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공급 부족이 가격에 작지 않다는 주장이다.
ING는 투자 보고서에서 "자동차 배기 가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팔라듐의 수요가 추세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투기 거래자들의 상승 베팅이 후끈 달아올랐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한 주 사이 팔라듐 순매수 포지션이 2개월래 최고치로 늘어났다.
저금리 환경 속에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자금이 팔라듐에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미츠비시의 조나단 버틀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12~18개월 사이 팔라듐 가격이 추가 상승해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탈 포커스의 필립 뉴먼 애널리스트 역시 "팔라듐의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연초 이후 급등에도 추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판단했다.
경계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데다 주요 업체들이 팔라듐보다 값싼 플래티늄 사용을 늘릴 경우 반전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JP모간과 모간 스탠리, 맥쿼리, BMO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2023년 팔라듐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1000~1189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