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이뤄진 무역 담판에서 미국과 이른바 ‘스몰 딜’을 이룬 중국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에 앞서 추가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양국 정상이 휴전에 최종 합의하기 앞서 협상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자는 주장이다. 이와 별도로 중국 측은 12월 추가 관세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한을 전달하는 류허 부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지난주 부분적인 합의와 최종 무역 휴전에 대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의견이 번졌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측이 11월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에 앞서 추가적인 실무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이달 중 양국 협상 팀이 만나 지난주 이끌어낸 합의 내용 가운데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교섭이 베이징과 워싱턴D.C.에서 중 어디에서 이뤄질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은 자국 협상 대표를 미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별도로 중국은 미국이 15일로 예정됐던 2500억달러 물량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 유예와 함께 12월 1600억달러 물량에 대한 15%의 추가 관세 역시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중국 측 소식통이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양측이 협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접촉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양국의 지난주 부분적인 딜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2월 추가 관세가 강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협상에서 10월 관세 인상분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12월 추가 관세는 스몰 딜에서 배제시켰다.
중국 정책자들은 시 주석이 추가 관세 철회를 포함하지 않은 합의문에 최종 서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 내부에 ‘불공정한’ 딜에 합의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주 협상 종료 이후 나타난 양측의 상이한 평가가 이 같은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제공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며 미국의 위대한 승리라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중국 상무부는 양측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을 뿐 별다른 만족감을 드러내지 않았고,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딜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 관료로 지낸 중국세계무역기구연구협회의 후 지안궈 부회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APEC 회담에서 중국과 무역 합의를 원한다면 12월 추가 관세를 유예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매파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18개월간의 관세 전면전 끝에 어렵사리 부분적인 합의에 도달했지만 내달 16~17일 APEC에서 1단계 합의에 대한 정상들의 최종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추가 관세 이외에 화웨이와 지적재산권, 환율 협정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한 결론이 지난주 담판에서 나오지 않았고, 추가 교섭 과정에 신경전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주 1% 이상 랠리했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이날 투자자들의 경계감 속에 0.1% 선에서 완만하게 하락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