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에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주식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온 한편 우량 채권으로 자금이 밀물을 이룬 것.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하이일드 본드 역시 ‘팔자’에 시달리고 있다.
무거운 표정의 월가 트레이더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관세 전면전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식 펀드에서 지난 9일 기준 한 주 사이 62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주식펀드는 3주 연속 ‘팔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정크본드 펀드에서도 3억4600만달러의 자금이 이탈했다. 반면 우량 채권으로는 한 주 사이 64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몰렸다. 관련 펀드는 3주 연속 자금 유입을 나타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는 분석이다. 10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고위급 무역 담판에서 이른바 스몰 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장 15일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2500억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0%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어 12월15일에는 9월 강행한 추가 관세에서 보류된 1600억달러 물량에 대해 15% 관세 시행이 기다리고 있어 연말 실물경기에 대한 전망이 흐리다.
지난달 제조업 지수가 10년래 최저치로 후퇴,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저항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펀드 운용사 코닝의 매트 데일리 회사채 및 국공채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최대한 방어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경기 확장 국면이 종료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웰스 파고의 폴 크리스토퍼 전략가는 “이번주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진다 해도 기대할 수 있는 결과는 15일 관세 인상의 철회”라며 “이는 금융시장과 전세계 경제를 부양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교역에 이어 제조업으로 경기 한파가 확산됐고, 고용과 민간 소비까지 한파가 이어질 경우 침체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제조업이 이미 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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