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틀에 걸친 연설에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입을 닫았다.
제조업 경기 악화에 월가의 이달 금리인하 기대가 크게 높아졌지만 파월 의장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힌트’를 내놓지 않았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주최 행사에서 연설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놓고 정책자들의 의견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엇갈린 데 이어 이번 파월 의장의 연설이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8일(현지시각) 파월 의장은 덴버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주최 연설에서 대차대조표 확대 계획에 비중을 실었다.
전날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매리너 애클스 전 연준 의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개봉 행사에서 그는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틀에 걸친 연설에서 시장이 기다렸던 금리인하 의지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집계되는 국채 선물 트레이더들의 이달 금리인하 기대가 9월 제조업 지수 하락 이후 90%를 웃돌았지만 파월 의장은 향후 정책 행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이달 통화정책 회의까지 아직 몇 주의 시간이 남아 있다”며 금리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연준은 오는 29~30일 FOMC를 갖는다. 지난 7월과 9월 25bp(1bp=0.01%포인트)씩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2.00%로 내린 가운데 이달 세 번째 인하 여부가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다.
파월 의장은 “향후 정책 결정은 경제 지표를 근간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앞서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공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8로 후퇴, 2009년 6월 이후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서비스업과 고용 역시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하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경제 펀더멘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포함한 외부 악재를 지적하며 경기 확장 국면과 고용시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는 여전히 이달 25bp의 금리인하를 점치고 있다. CME에 따르면 국채 선물이 반영하는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이 전날 74.8%에서 83.9%로 상승했다.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이날 장중 4.1bp 하락하며 1.424%에 거래됐다. 무역 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재점화된 데 따른 반응이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자금시장 발작에 강력하게 대응할 뜻을 밝혔다. 단기물을 중심으로 국채 매입을 재개하겠다는 것.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선 이후 방향 전환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조만간 구체적인 자산 매입 규모와 시기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미국 단기 자금시장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레포(환매조건부 채권 매매) 거래가 마비되는 한편 금리가 한 때 10%까지 치솟은 데 따른 대응이다.
이후 연준은 레포 거래를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고, 시장 개입을 11월까지 연장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국채 매입 재개가 자금시장 혼란을 야기한 은행권 예치금 감소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일 뿐 과거 위기 당시의 양적완화(QE)로 복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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