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대중(對中) 추가 관세 부과 날짜가 2주 정도 남았음에도 주식과 외환 시장에서는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10월 무역협상에서 휴전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베팅하지 말라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대형은행들이 내달 예정인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휴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왼쪽부터),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모간스탠리 전략가들은 “미중 무역 긴장은 중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혹여 관세 보류 발표가 나오더라도 투자자들은 양국이 예고한 대로 10월 15일과 12월 15일에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최근 고위급 무역협상 후에는 어김없이 관세전이 고조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지난 8월 미국 고위급 협상단이 상하이에서 귀국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를 발표해, 세계증시가 5월 이후 최악의 한 달을 기록했으며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해 신흥시장에 공포가 확산된 바 있다.
이후 미중 양국이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며 긴장이 다소 완화돼 9월 들어 주식과 외환 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지만, 월가는 차기 무역협상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씨티그룹의 세자르 로자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실무급 무역협상이 건설적이었고 관세 보류 조치도 시장 낙관론을 키웠지만, 미국 경제와 정부 재정 상황이 양호하게 지속되는 한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자스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오는 10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할 반기 환율보고서도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만큼, 미국 상무부가 이와 관련해 중국 위안화 절하가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발표해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길을 터주게 될 수 있다고 로자스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탄핵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에 양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취약한 입장을 간파한 중국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추가 관세까지 동원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기를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간은 미중 무역협상이 내년까지 연장되며, 중국 위안화는 연말까지 달러당 7.35위안으로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절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는 이보다도 비관적인 7.5위안을 전망했다. 클라우디오 파이론 BAML 전략가는 “미중 휴전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중국이 통화적 경기부양을 지속하고 관세 여파를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해 위안화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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