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직 공무원 정원의 73% 불과, 가평과 오산은 아예 '전무'
[경기북부=뉴스핌] 양상현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 기세가 심상찮다. 돼지 사육농가와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경기도 각 지자체가 가축방역관 인력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구제역발생 대비 가상방역 현장 [사진=충남도] |
전국 최대 양돈 밀집단지인 충남에서도 29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등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선 지자체에서는 모든 행정력 집중과 민·관·군의 총력 방역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수의직 공무원 수가 경기도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일선 시·군마다 주어진 정원조차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가축전염병 관리인원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0일 경기도와 도내 각 시·군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도내 31개 시·군의 수의직 공무원 정원은 80명이다. 하지만 도가 파악한 결과, 27%(21명)에 달하는 정원이 채워지지 못한 채 현재 59명의 수의직 공무원만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도내에서 가축전염병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동물의 질병 검사나 방역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수의직 공무원 결원으로 인해 초기 방역 대응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내 각 시·군마다 수의직 공무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축산농가 밀집지역인 안성·양평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며 잦은 퇴사 또는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포천·가평 등 경기북부지역의 경우 도심에서 멀다는 지리적 문제로 수의직들이 근무를 기피, 신규 공무원 선발 과정에서조차 채용 정원에 미달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북부지역 11개 시군 우제류 축산농가는 총 4200여 개로 소와 돼지 등 72만 6000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도내 총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우제류를 가장 많이 사육하는 지자체는 포천시로 870농가 25만1000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연천군이 570농가 16만두, 파주시 700농가 12만7000두, 양주시가 640농가 9만9000두를 사육중이다.
지난해 도내 시·군 중 수의직 공무원 정원이 확보되지 않은 지역에서 사육된 소·닭·돼지 등 가축의 수는 총 458만여 마리에 달한다.
하지만 포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수의직 3명 채용 공고에 단 1명만이 접수해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사정은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축사가 많아 수의사가 더 필요한 포천시에는 지원을 기피하고 있어 수의직 공무원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난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첫 발생한 경기북부지역 가운데 고양시의 경우 4명의 정원 중 3명만이 근무 중이며, 포천시도 2명의 수의직 공무원 충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가평군엔 현재 단 한 명의 수의직 공무원도 근무하지 않고 있다.
경기남부지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용인·평택·광명·광주·이천·안성·의왕·여주·양평·과천 등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오산시 역시 북부의 가평군과 마찬가지로 현재 수의직 공무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년 되풀이 되는 가축전염병 방역작업을 과연 수의사에게만 의존하면 되겠냐"며 "전문 방역인력을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SF와 AI, 구제역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축산 직렬뿐만 아니라 농업직렬로도 수의사를 신규 확보해야 하며, 이들을 외부 업무보다는 내부에서 방역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맡게 하고, 병역의무를 대체하는 공중방역 수의사를 더욱 충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내부적으로는 임기 5년의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들은 신분이 불안하고, 또 상대적으로 나이도 많아 공무원 조직의 상하관계에도 영향이 크다고 귀띔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포천시의 경우, 현재 경기도 위촉 수의사로 도지정 공무의 9명, 시 지정 공무의 4명 등 총 13명 중 1명을 방역과 질병관리 업무 예탁 관계로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공중방역 수의사를 충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중방역 수의사 제도는 가축방역업무의 증가로 부족한 방역전문(수의사)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수의사 면허가 있는 현역병 입영대상자 중 희망자를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계약직공무원으로 선발해 가축위생시험소와 시·군에서 가축방역, 동물검역, 축산물위생관리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병역 대체근무제다.
yangsangh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