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요즘, 초가을 분위기를 만끽하기 딱 좋은 곳이 있다. 주인공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과 월계동 등지에 걸쳐있는 '공리단길'. 이곳은 신기하게도 진짜 철길을 따라 걷는 이색 산책로로, 구간별로 테마를 달리하며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빠르게 입소문을 탄 공리단길은 개장 1년여 만에 서울 북부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경리단길, 용리단길 등 'O리단길' 중 하나인 공리단길은 정확히 말해 '경춘선숲길'의 일부 구간(도깨비시장)이다. 서울의 로컬 크레이에터들이 주목하는 경춘선숲길은 자연친화적인 아늑한 정취와 풍부한 유동인구, 철길이 주는 특유의 매력으로 서울 시민들이 요즘 즐겨찾는 곳이다.
총 6㎞ 길이의 경춘선숲길은 경춘선 폐쇄구간을 새단장한 도시 속 철길공원이다. △월계동 녹천중학교~공릉동 과기대 입구 철교 △행복주택 공릉지구~공릉동 육사 삼거리 △옛 화랑대역~서울시계(삼육대앞) 까지 총 3개 구간으로 구성된다. 공리단길은 2단계 구간에 속해 있다.
경춘선숲길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위해 기차들이 힘차게 달렸던 경춘선의 역사를 품고 있다. 1939년 완공된 경춘선은 일제가 우리 자원을 침탈할 목적으로 만든 경인선 등과 달리 오로지 우리 산업을 키우는 데 사용됐다. 해방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에 기여한 경춘선은 서울~춘천으로 숱하게 오가며 추억을 많이도 만들어줬다.
서울시가 점차 팽창하자 경춘선도 변화를 맞았다. 출발역인 성동역에서 성북역 구간이 도시 확장에 따라 철거됐고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성북역과 갈매역 구간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현재는 청량리역과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열차만이 운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 폐쇄된 후 방치됐던 경춘철교와 담터마을 사이 6㎞ 구간을 경춘선숲길로 조성하기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새옷을 입은 경춘선숲길이 시민에 개방된 건 지난해 일이다.
경춘선숲길은 역사는 짧지만 특유의 매력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아파트가 빽빽한 도시에서 각종 들풀이 풍성한 철길을 걷는 기분은 아주 특별하다.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사람들이 찾아 산책을 즐기고 이야기를 나눈다. 근처에는 카페며 찻집이며 빵집이 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고 있다.
시민들의 직접 참여하는 시설도 있다. 노원구는 잣나무숲 옆에 공공 텃밭을 마련하고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시민들이 텃밭에 나와 상추며 고추, 가지, 오이 등 다양한 작물을 심고 스스로 키우고 나눈다.
크고 작은 행사도 자주 열린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걷기대회나 가수들이 참여하는 공연이 수시로 펼쳐진다. 공리단길 도깨비시장 구간에선 다양한 장터도 마련된다.
경춘선숲길은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공릉공동주차장이 경춘선숲길 2구간 근처에 있지만 주차장이 협소하다. 간혹 노상에 차를 대고 카페 등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토요일에도 주차단속을 실시하니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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