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니 납득할 수 없다."
일본 도쿄 지방재판소(지방법원)은 19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와 관련해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경영진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후쿠시마현 가와우치(川内)촌의 건설업자 와타베 다케시(渡部武)씨는 산케이신문 취재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와타베씨의 어머니는 이번 재판에서 희생자로 언급된 44명 중 한사람으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피난을 하다 목숨을 잃은 환자 중 한명이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인근 병원에선 장시간에 걸친 피난으로 목숨을 잃은 환자들이 있었다.
자위대가 버스로 중환자들을 구출하러 온 것은 사고가 발생한지 이틀 뒤인 14일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후쿠시마현 내를 전전하다 한 고등학교에서 이틀 밤을 보낸 뒤, 버스로 다시 병원을 찾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공판에서는 병원에 근무했던 간호사가 증인으로 참석해, 당시 고등학교에 도착했던 버스 안을 확인했다며 "심각한 오물 냄새와 함께 앉은 상태로 얼굴이 창백해진 채 돌아가신 분도 계셨다"고 말했다.
와타베씨는 "어째서 사고를 막지 못했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에 공판에 기대를 걸었지만, 세 명의 피고가 무죄를 주장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낙담했다. 그는 "발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유죄가 된다고 해도 도쿄전력이 사과하러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 번도 공판 방청에 참석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제1 원전 부근에 쌓여 있는 오염수 탱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부 피재자들은 재판 결과에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원전 인근 마을 중 피난지시가 해제됐던 오쿠라(大熊)정으로 귀환한 한 남성은 "유죄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마을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라며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책을 추진했던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피재자들로 이뤄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고소단'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나왔다. 무토 루이코(武藤類子) 단장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피해자는 누구 하나 이 판결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고소단의 가이도 유이치(海渡雄一) 변호사는 "어둠에 묻혔을지도 모르는 도쿄전력의 내부 회의록 등의 중대증거를 사회에 밝혔다"며 재판의 의의를 강조하면서도 "정의에 맞는 판결을 얻을 때까지 변호단으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도쿄 재판소 "자연현상 모두 고려해 운영하긴 어려워"
도쿄 지방재판소(법원)는 19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가쓰마타 쓰네히사(勝俣恒久) 전 도쿄전력 회장, 다케구로 이치로(武黒一郎) 전 부사장, 무토 사카에(武藤栄) 전 부회장 등 당시 도쿄전력 경영진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현상을 모두 고려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 원전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판결에서는 사고의 원인이 주요시설 부지의 높이를 상회하는 거대 쓰나미로 원자로가 침수돼 모든 전원을 상실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경영진 3명이 거대 쓰나미 정보를 접했던 2008년 6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대책 조치를 시작했다고 해도 동일본대지진 때까지 완성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세 명이 쓰나미 대책을 취해야만 했던 '결정적으로 중요한' 판단 근거로서 일본 정부가 2002년 공개한 지진예측 '장기평가'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사고 당시로서는 신뢰성이나 구체성에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장기평가는 도호쿠(東北)지방에서 매그니튜드 8.2급의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이 올 가능성을 지적한 것으로, 도쿄전력 자회사는 2008년 3월 이에 근거해 '최대 15.7미터'의 쓰나미가 올 거라고 예측했다. 이 예측은 세 경영진에게도 전달됐다.
재판부는 원전 사고에 대해 "사고의 결과는 중대하고 걷잡을 수 없다"면서도 세 명의 경영진에게 형사책임을 지게 하는 건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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