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패닉을 연출했다.
채무 조정을 둘러싼 회의적인 의견이 고개를 들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앞다퉈 펀드 환매 주문을 냈고, 빗발치는 전화에 된서리를 맞은 운용사들은 환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아르헨티나 남성이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위치한 금융가의 환율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아르헨티나에 ‘선택적 디폴트’ 진단을 내리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S&P는 아르헨티나의 단기물 채권 만기 연장 움직임은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아르헨티나의 국가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전체 채무 가운데 일부를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전날 단기물 채권의 이자 지급을 연기하는 한편 기관 투자자들에게 자발적 채무 조정을 요청하기로 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신용부도스왑(CDS)이 앞으로 5년 이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을 90%로 점치는 상황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르헨티나의 금융시장 혼란은 지난 11일 대선 예비 선거에서 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예상밖 승리를 거두면서 정치권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강타한 것.
투자자들 사이에 포퓰리즘 정권이 등장,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추진해온 경제 개혁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장단기 국채 가격이 곤두박질쳤고, 페소화 역시 예비 선거 이후 약 30%에 달하는 폭락을 연출했다.
현지 금융업계는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금융권은 온종일 끊이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에 홍역을 치렀다.
아르헨티나 100년 만기 채권 가격 추이 [출처=블룸버그] |
국내외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요청이 폭주한 것.
대선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실물경기 한파, 여기에 채무 조정에 대한 회의론이 맞물리면서 투자 자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로 운용업계는 북새통을 이뤘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10여개 펀드가 펀드 환매 중단을 결정하고 이를 금융감독 당국에 통보했다.
채권시장도 연일 한파가 거세다. 이날 2028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가격은 액면가 1달러 당 40.2센트로 후퇴했다.
마크리 대통령이 추진중인 1010억달러 규모의 채무 조정이 좌절되면서 부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 넣었다.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가 95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 상환을 하지 못해 기록적인 디폴트를 냈던 악몽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속한 사태 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BNP 파리바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뮤추얼 펀드 업계가 극심한 충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 투자자들뿐 아니라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펀드에 자금을 투입한 만큼 금융시장 혼란이 결국 실물경기 타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콤패스 그룹의 페르난도 카파 파트너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른바 펀드런 사태가 벌어졌고, 상황은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