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붕괴 사고로 광주 서구, '춤 허용 일반음식점 조례' 결국 폐지
마포구, 조례 폐지·수정 검토 안 하고 필요성조차 없다 판단
"그 누구도 문제 제기한 적 없다", 안일한 태도 일관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광주 클럽 붕괴사고의 관할 구청인 서구가 '춤 허용 일반음식점 조례'를 폐지하기로 한 반면, 같은 조례를 시행 중인 일부 서울 자치구들의 경우 조례 폐기 또는 수정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춤 허용 일반음식점 조례는 일부 일반음식점을 대상으로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를 허용한 것으로, 이번 광주 클럽의 주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수십 개의 클럽이 있는 서울 마포구는 "아무도 조례에 문제를 제기한 적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며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 "누구도 문제 제기한 적 없어", 마포구 검토조차 안 해…서대문구·광진구도
지난달 30일 광주 서구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클럽 내 구조물 붕괴 사고에 따른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가 작성한 조사결과 보고서를 채택, 2016년 제정된 춤 허용 일반음식점 조례를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해당 조례 혜택을 받은 광주 서구 치평동 모 클럽이 붕괴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따른 조치다.
특별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조례 제정 과정에서 안전관리 기준 등을 의회가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며 조례를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전 기초의원 등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용섭 시장 사고클럽 현장방문 대책논의 [사진=광주광역시] |
광주 클럽 사고 이후 춤 허용 일반음식점이 있는 자치구의 안전 불감증도 도마에 올랐다. 광주와 유사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서울 마포구와 광진구, 서대문구, 광주 북구, 울산 중구 등이다.
그러나 8일 뉴스핌 취재결과 마포구청은 지금껏 조례 폐지·수정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으며 검토 필요성조차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포구에는 조례 혜택을 받는 클럽·감성주점 등이 41곳이나 있다. 조례 시행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서대문구와 광진구도 같은 입장이다. 광진구청은 "조례를 폐지할 것인지, 존치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며 "화재 등 안전 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청 역시 "아직 조례 폐지·수정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 마포구 조례, 비교해보니…지도점검 기준 '느슨'
담당자인 마포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그 누구라도 조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어 "문제가 있으면 누군가 건의를 했을 것"이라며 "조례에 대해 논의한 적도, 말을 꺼낸 적도 없다"고 했다.
광주 클럽 사고로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조례를 시행 중인 각 지자체에 클럽·감성주점 등에 대한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하도록 지침을 내려보냈다. 식약처의 특별 점검 지시가 있었음에도 마포구는 아무도 조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 없다고 변명만 늘어놓은 것이다.
오히려 "광주 조례와 마포구 조례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똑같냐"며 광주의 경우와 마포구의 경우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조례에 따라 관리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진=서울 강남 소재 모 클럽 내부. 기사와 관계 없음] |
그러나 광주 서구 조례와 마포구 조례 전문을 비교한 결과 업소 바닥 면적 기준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광주 서구는 바닥 면적 150㎡ 이하 업소만 조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마포구는 바닥 면적 제한이 없었다.
△법 적용범위 △영업자 의무 △변경신청 방법 △안전기준 △춤 허용 시간 △지도·감독 △행정처분 등 나머지 조항은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똑같았다.
아울러 지도·점검 기준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지도·점검 책임은 마포구청에 있지만, 조례는 마포구청 지도·점검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만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 조례 9조에는 '구청장은 춤 허용업소에 대해 연 2회 이상 지도점검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돼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비록 권고사항이긴 하지만 실제 조례가 시행된 2016년 이후부터 연 2회 이상 안전점검을 빠짐없이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