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투입 적절한지 고민해 봐야"
"북핵 위협 생각하면 결코 비싼 것 아냐" 반박론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미연합훈련이 '완전한 돈 낭비'"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미국 학계에서 한미연합훈련 축소 혹은 조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최근 워싱턴에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연합훈련을 노골적으로 폄훼한 것은 경솔했지만, 규모와 상징성에 무게를 둔 한미연합훈련의 군살을 빼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미‧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참모들이 연합훈련이 필요하다고 해서 수정된 형태의 훈련이 이뤄졌지만 그 것도 불필요하다"며 "완전한 돈 낭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VOA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동맹보다 경제 논리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지만,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전부터 워싱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미‧한 군사동맹 조정' 요구에 힘을 싣는 계기도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미‧한 연합훈련은 그동안 매우 크고 강력한 동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해왔지만, 재원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여부는 논의해볼 만 하다"고 지적했다.
오핸론 연구원은 "다만 논란을 불러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단어 선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군 최고사령관이 긴장 국면에 있는 한반도에서 실시되는 자국 군의 훈련을 도발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렇다고 해서 이를(한미연합훈련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와 맞바꾸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공연히 북침 연습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규모 훈련을 중단하거나 이를 복수의 소규모 훈련으로 나눠서 실시하는 것은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
오핸론 연구원은 그러면서 "주한미군도 꼭 동맹국(한국)에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오핸론 연구원은 "미군을 동맹국에 주둔시키는 것이나 미국에 주둔시키는 것이나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주둔국이 기지 건설 비용 등 굵직한 부담을 덜어준다 해도, 병력의 해외 주둔과 무기 이동에 따르는 각종 부대비용이 추가돼 결국 미군을 국내에 두는 것과 해외에 주둔시키는 것의 비용 차이는 거의 없거나 많아야 5%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더그 밴도우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모든 면에서 북한 보다 훨씬 앞선 한국은 더 이상 미군을 필요로 하지 말고 병력과 장비 등을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며 "미국은 억지력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3대 한미연합훈련 중 하나인 독수리 훈련이 이뤄지는 모습. 지난 3월 한미 양국은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패트릭 샤나한 미국 국방장관 대행 간 전화통화를 통해 키 리졸브 연습, 독수리훈련, 을지프리엄가디언 연습 등 3대 한미연합훈련의 종료를 결정했다. 대신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을 조정한 새 한미연합지휘소연습 '19-1 동맹연습'이 지난 3월 4일부터 12일까지 실시됐으며, 다른 훈련들도 새로운 형태의 연합연습 및 훈련들로 대체돼 연중 실시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전직관리들, '한미연합훈련 축소‧조정론'에 반대
"그 자체로 北 위협에 억지력…축소론, 北에 잘못된 메시지 줄까 우려"
반면 VOA에 따르면 미국 당국의 전직관리들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의 전문가 그룹은 여전히 주한미군과 미‧한 연합훈련을 북한의 위협에 대한 결정적인 억지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진화되고 보완돼 온 연합훈련을 '돈 낭비'라는 자극적인 표현으로 일축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동맹국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 VOA의 전언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연합훈련을 폄훼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이는 돈 낭비가 아니다"라면서 "수십년 동안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켜온 중요한 투자"라고 밝혔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대규모 군사훈련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정작 북한에는 비슷한 상호 조치를 요구하지 않아 북한이 그런 훈련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담당 차관대행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관련 사안에 대한 철저한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로 규정한다"며 "미‧한 연합훈련은 두 나라 방어에 모두 중요하고, 북한의 공격 위험과 비교해 결코 비싼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김정은에게 '미래의 모든 연합훈련이 실제로 중단될 수 있고, 미‧한 동맹도 손상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고 우려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아울러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970년대 후반 미 의회와 국무부, 국방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주한미군 철수 공약을 포기했던 전례가 있다"며 "지금도 의회를 비롯해 미국의 외교∙군사∙정보 당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비슷한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비용 문제와 관련해 "동맹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결코 가장 비싼 것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방예산 편성에 깊이 관여했던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많은 경우 미군을 다른 나라에 주둔시키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고 주장했다.
로렌스 전 차관보는 이어 "부유한 한국에서 미국이 왜 그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기 상황에 대비한 이런 훈련은 가장 비싸다고 할 수 없다"며 "병력을 놀리면서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는 것이 가장 비싼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