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요즘 경차 하나 없는 사회초년생이 많은 가요? 주차 때문에 빌라가 인기가 없는 건데 원룸,투룸에 주차를 못한다면 그게 고시원이지 공적 임대주택인가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이 민간 사업자들이 외면하는데 이어 수요자들로부터도 외면 받을 처지에 놓였다. 주차를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주자 모집 기준 때문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39세까지 신혼부부도 7년차 이내라면 입주 대상이 된다.
더욱이 주차를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변 임대시세의 85~95%(민간임대기준)의 임대료는 높은 수준이라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11일 부동산 전문가들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부터 입주자 모집에 나설 역세권 청년주택에 대한 예비 입주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은 주차가 안되는 점이다.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대상 기준에 '차량 미소유자 및 미운행자'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예비 입주자는 인터넷 누리집에서 "경차 정도도 안되고 아예 자동차 소유와 운행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는 10여년전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꾀한다는 논리로 추진된 '도시생활형주택'과 비슷하다. 도시생활형 주택은 주거용 오피스텔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역시 주차장이 없다.
이로 인해 도시생활형주택은 도입 초기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결국 주차장을 짓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뀐 바 있다. 이후 지어진 도시생활형주택은 가구당 0.8대 정도의 주차장을 갖추고 주택에 따라 월 1만~5만원 가량 주차비를 받고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홍보물 모습 [사진=서울시] |
이 때문에 자동차를 보유한 거주자는 주차비를 감안할 때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가 저렴한 것도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도심권과 가까운 성동구, 용산구 일대의 지은지 오래 안된 도시형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의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60만~7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임대 물량의 임대료 책정기준은 주변시세의 85~95%선이다.
이에 따라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주변 민간 임대 주택보다 최대 10만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된다. 하지만 공영주차장의 통상 1달 이용료가 10만~13만원을 감안하면 주변 임대료와 비슷해지는 셈이다.
주변시세 대비 55% 이하 가격에서 임대료를 책정하는 공공임대 물량이 적은 것도 자금 사정이 넉넉치 못한 청년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전체 역세권 청년주택 가운데 공공임대 물량은 15%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나머지는 주변시세의 최대 95%까지 받는 민간임대다. 공급계획의 윤곽이 나온 충정로3가를 포함한 5개 사업지에서는 모두 공공임대 319가구와 민간임대 1817가구가 공급된다. 공공임대 주택은 전체 물량의 15%선이다.
같은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도 민간임대와 공공임대의 임대료는 크게 1.8배 가량 차이가 난다. 민간임대 거주자들이 불만을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입주자 대상에 대한 기준만 나왔을 뿐 확실한 자격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수요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시는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입주자에 대한 소득과 자산 기준을 아직 세우지 않았으며 임대료도 주변시세 대비 비율 기준만 나왔을 뿐 금액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들이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을 외면하는 것도 사업의 걸림돌로 꼽힌다. 낮은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훼손을 우려해 역세권 청년주택을 수주하려는 건설사들이 많지 않아서다. 시는 최근 민간임대의 8년 의무기간 단축을 비롯한 다양한 수익성 제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특혜 논란이 커질 것이 뻔한 상황인 만큼 건설사 사업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는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목표는 최저 주거수준을 제공하는 게 아닌데 지금 수준의 주택이 서울시의 닥달에 따라 지어진다면 고시원 대책이란 비판을 받을 만 하다"며 "역세권이란 가치 높은 땅을 소규모 임대주택으로 채우겠다는 서울시의 전략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들에게 살기 좋은 주택을 제공한다는 서울시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추진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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