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선진국 국채 수익률이 바닥으로 내리 꽂히면서 실물경기 한파를 경고한 한편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에 충격을 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장기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뉴질랜드와 인도의 금리인하가 국채 수익률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 = 로이터 뉴스핌] |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 금리를 시행하는 한편 국채 수익률이 이른바 ‘서브 제로’ 영역에 진입,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의 정책 기조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전폭적인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상황과 맞물려 관심을 끌고 있다.
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장중 한 때 1.595%까지 하락, 2016년 가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 강력한 침체 신호로 통하는 3개월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역전 폭이 40bp(1bp=0.01%포인트)를 훌쩍 넘으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3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 3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장중 14bp 급락하며 2.123%까지 하락, 2016년 7월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2.089%와 거리를 크게 좁혔다.
상황은 독일도 마찬가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5bp 밀리며 마이너스 0.582%에 거래됐고, 30년물 수익률 역시 11bp 급락하며 마이너스 0.15%로 후퇴했다.
이에 따라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불과 8bp로 축소, 역전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ADM 인베스터 서비스의 마크 오츠왈드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국채 시장이 뭔가 아주 파괴적인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매입 열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수익률과 일드커브가 동반 하강 기류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투자자들은 보다 과격한 의견을 내놓았다. 무역 전면전이 장기화되면서 경기 한파가 가시화될 경우 미 연준이 궁극적으로 제로 금리 정책을 다시 도입할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함께 미 국채 수익률의 ‘서브 제로’ 진입을 점치는 의견도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는 모습이다.
이날 핌코의 조아킴 펠스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론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미국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화될 여지가 높다”며 “무역 마찰이 고조될수록 그 가능성이 상승하는 한편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JP모간 역시 미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과 함께 무질서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포함한 외부 악재가 맞물려 연준의 제로 금리 정책이 부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과 독일에 이어 미국 국채 수익률도 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국채 수익률 급락이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되면서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300포인트 내외로 밀렸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9%와 0.6% 떨어졌다.
higrace@newspim.com